초등4학년 친구 따라 ‘유도’에 발 들여

체구 작다보니 ‘많이’ 먹는 것이 ‘훈련’

부상으로 1년 휴식, 교수로 전환 계기

“매일 상상하다보니 원하던 자리에 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누군가는 이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의 어릴 적 운동선수로서의 삶, 지금의 대학 선생님으로서의 삶을 모아서 결국은 해보면 다 공평한 사회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 증명해서 말해주고 싶다. 너도 할 수 있다고.”

10일 천지TV 보이는 라디오 ‘운동극장’에는 용기와 희망의 이야기를 가득 품은 전직 유도 선수 박삼일 경희대학교 겸임교수가 초대됐다. 대한문화체육지도자협회 대표이자 에세이 작가로도 활동 중인 박 교수는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유도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는 교수이지만 한때 그도 유도 선수 시절이 있었다. 그가 유도에 첫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를 따라 배우면서다. 한번 들인 발은 길이 됐고, 그렇게 초·중·고 학창시절을 운동에 ‘올인’하게 됐다.

하지만 운동인의 길은 쉽지 않았다. 박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하루에 새벽·아침·오후·야간 이렇게 네 번 운동을 했다. 기본적으로 하루 10시간씩 했다”고 말했다.

체구가 작고 몸무게도 적게 나갔던 그는 동기들과는 다른 고충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몸무게를 불리는 일이었다. 박 교수는 “(체구가) 작다보니 몸무게를 불리기 위해 많이 먹어야 했다. 1㎏을 먹으면 토해서 2㎏이 빠져나갔다. 그렇게 하루 세 번씩 토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열심히 훈련했던 박 교수는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운동을 쉬게 됐다. 1년의 휴식기간을 가진 그는 운동선수의 길을 접고 운동 선생님으로서의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중·고 학창시절을 모두 운동에만 시간을 사용했던 그가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박 교수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며 “주변에서도 일단을 앉아있는 버릇부터 들여야 한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희대학교에 입학 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려고 대학 도서관을 이른 시간에 갔는데 전부 다 공부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때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하는 생각과 함께 ‘이젠 정말 공부할 때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대학교에 입학해 참여했던 ‘유도’ 수업도 지금의 그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그때 당시 ‘저기 앞에 나온 저 교수님처럼 나도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됐다”며 “매일 같이 상상하며 살았다. 10년이 지났는데 내가 딱 그 자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운동 선생님으로서의 길을 걷다보니 기억에 남는 제자도 생겼다. 박 교수는 한국어가 서투른 한 외국인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 학생은 사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 사실을 박 교수에게 알린 학생은 힘든 와중에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말뿐 아니라 몸짓을 사용해서 열성을 다해 수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학기가 끝났을 때 그 학생이 다시 와서 그 동안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며 “그때 ‘와, 이렇게 해서 선생님을 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삶의 경험들을 나누고 싶었던 그는 지난 2017년 8월 15일 광복절에 에세이집 ‘삶, 일 쉽지는 않겠지만’을 발간했다. 그의 책은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박 교수는 시청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물음에 “우리 삶의 주인은 자신이다. 자기 삶의 대하는 태도를 바꿔줬으면 좋겠다”면서 “내 삶을 자꾸 가꿔줘야 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 교수는 대학을 다니는 운동선수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프로 선수로 데뷔하기 전 대학을 다니는 운동선수들을 학교수업으로 묶어놓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며 “고된 훈련으로 지친 상태에서 듣는 학교수업이 얼마나 귀에 들어오겠는가? 학생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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