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스님.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법정(法頂)스님의 이름으로 출간된 모든 도서가 12월 31일까지만 판매된다.

지난 3월 11일에 입적한 법정스님은 유언을 통해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말로 남에게 진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며 “나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남겼다.

이에 출판사들은 법정스님의 ‘텅 비우되 충만하고, 버리고 떠난다’는 유지에 따라 법정스님 출판도서를 2010년 12월 31일까지만 판매하고 내녀부터는 모두 절판한다.

특히 월간교양지 <샘터>에서는 법정스님이 1960~197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 함석헌, 장준하 등과 더불어 유신 철폐운동에 참여하는 등 당시의 억압적인 상황,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을 비판하고, 그 속에서 절망하는 현대인에게 띄우는 위로와 사색의 글을 <서 있는 사람들(샘터사, 2003)>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전했다.

법정스님은 1932년 10월 8일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자랐다. 그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고뇌에 빠지면서 1995년 대학생 때 출가를 결심했고, 서울 안국동에서 당대의 선승 효봉스님을 만나 스승으로 삼았다.

이후 법정스님은 통영 미래사에서 행자 생활을 하면서 환속 전의 고은 시인과도 함께 공부했고, 지리산 쌍계사로 옮겨 정진을 계속했다. 종교와 계층을 뛰어넘었던 법정스님은 인적이 많아진 불일암 생활을 17년 만에 접고 1992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홀로 살았다.

또 법정스님의 평생 유일한 ‘권력’은 시인 백석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김영한 여사로부터 1996년 기부 받은 성북동 대원각을 이듬해 12월 길상사로 창건한 후 회주 자리를 맡은 것이 다였다.

법정스님은 타고난 문학성과 정갈한 문체, 핵심을 꿰뚫는 영혼의 가르침으로 식자층과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인기를 구가했지만 출가한 불자로서 본분에 충실하고 청렴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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