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한때는 지구촌시대니 세계화니 하는 어휘들이 대화의 주 메뉴가 되곤 했다. 국경이 없어지고 세계는 한 사슬로 엮어져 있어 홀로 독립된 국가는 생존하기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북한 쿠바 베트남 등을 예로 들고 했지만, 베트남은 도이 모이 정책으로 개방하여 매년 고성장을 기록하는 국가가 되었고, 쿠바도 관광을 중심으로 국경을 열면서 관광이 산업으로 연결되어가고 있다. 

오직 유일하게 북한만 아직도 미동도 하지 않는 느낌을 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와중에 핵무기 개발로 더욱더 고립을 자초했다. 김정은의 사고 전환으로 국경 밖으로 뛰어 나오려고 하던 찰나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냉전의 단초를 제공할 공산도 적지 않으니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것이 민초의 솔직한 심정이다. 행여나 북한이 오판해 새롭게 만들어 질 수 있는 중국 중심의 블록에 가담해 더욱 견고한 성을 쌓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우가 있어 그렇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미국과 담판을 통해 얻었고 개방만이 유일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아는 북한 지도자들이 왜 자꾸 결단을 미루면서, 결론을 내야할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형국이 지속되는가 했다. 그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항복을 받고자하는 행태가 판을 꼬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도 미국에서 보면 조족지혈의 국가일지라도 엄연한 유엔이 인정한 국가이다. 깨알만한 자존심이 그나마 생존의 동인인 국가이다. 인정하고 존중하고 양보해서 차선을 찾아야한다. 그런데 서부활극시대의 후예들에게는 통용이 안 되고 있다. 

미국입장에서는 미중무역전쟁의 하위 개념으로 북한 핵문제를 보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는 중국 때리기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에 재선캠페인 까지 끌고 갈 공산이 크다. 대화의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되니 최근 미사일 발사로 유엔 결의 위반임에도 폼페이도 국무장관은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북한에게 대화의문은 열어져 있다고 하면서, 눈을 돌려 중국 몰아 부치기 기세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구소련과는 다르게 중국은 일단 버티기와 아직은 쨉 수준이지만 역공을 펼치려고 하고 있다. 연일 국내의 선전매체를 동원해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미국과 의연히 마주쳐 싸우겠다고 결의를 보인다. 미국에게 중국은 일본의 플라자 합의 같은 항복을 하지 않겠다는 의연함까지 보이고 있다. 자유의 분위기가 돌고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서구화 되어 가면 중국도 내부적 자체 모순으로 일정한 침체를 겪고 인민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종국에는 미국이 원하는 말 잘 듣는 국가가 될 거라고 보았다.

일본 대만 한국 등 모두 아시아 국가 이고 발전 초기에 미국에서 기술을 빌리고, 베끼고, 모방해서 오늘의 모습을 만들었다. 중국도 비슷한 노정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 내 미국과 견주는 국가가 되었다. 일본만이 독특하게 미국에 싸움을 걸다가 플라자 합의를 통해 얌전한 사자가 되었다. 미국에서 볼 때 중국도 대들지만 일본 같은 형태를 기대했는데, 왜 그런지 몇 마디 하면 들어야 하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아시아권 사람들이지만 중국이 가장 다른 것은 기존국가와는 다르게 인구를 비롯한 민족성과 볼륨이 다르다는 것을 미국은 간과 한 것이다.

게다가 자유 즉 민주로 인식한 서구 개념과는 다른 국민들의 속성의 차가 또 다른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통제된 국가 계획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장 큰 다름을 만들고 있다. 중국판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는 중국식 사회주의는 정통 사회주의적 시각을 가졌던 서구인들에게 중국을 제대로 읽는데 난관에 봉착하게 지금도 만들고 있다. 중국을 읽는 눈의 날카로움을 새삼스럽게 가져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