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전 남편 추정 유해 발견

소각된 뼛조각 재활용업체서 확인

범행 전 흉기·표백제 등 미리 구입

경찰 “완전범죄 꿈꾼 걸로 보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 남편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강모(36)씨의 것으로 보이는 뼛조각 일부가 인천에서 발견됐다.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 사흘 전쯤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등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씨의 범행의 실체가 점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5일 인천 서구 재활용업체에서 라면박스 3분의 1 정도 분량의 뼛조각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인 고유정(36)이 범행 후 경기도 김포시 자택에서 전 남편인 강씨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고씨가 강씨 시신 일부를 흰색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렸고, 이 봉투가 김포시 소각장에서 한 차례 소각된 후 인천 소각장 업체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뼛조각이 500~600도를 넘는 고열에서 소각된 상태여서 강씨의 DNA가 훼손됐을 확률이 높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동물 뼈인지 사람 뼈인지 여부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신원 확인이 힘들 경우 다시 시신을 찾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범행 장소 제주시내 한 펜션에서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58수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범행 전 흉기와 청소도구 구매하는 고유정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출처: 연합뉴스)
범행 전 흉기와 청소도구 구매하는 고유정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출처: 연합뉴스)

이날 경찰은 고씨의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도 공개했다. 영상엔 고씨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수 대아, 청소용 솔, 먼지 제거 테이프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담겼다.

고씨는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구매한 물품을 담은 뒤 카드로 결제하고, 본인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까지 적립하는 등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이 영상에 찍힌 행적을 볼 때 살해 전부터 시신 훼손과 그에 따른 흔적을 지우기 위한 세정작업까지 준비했다고 봤다. 즉 ‘계획범죄’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씨의 휴대전화에서도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고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강씨를 만나기 전 ‘니코틴 치사량’ 등 살인도구와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고씨가 지난달 18일 배를 이용해 본인의 차를 제주에 들여올 때에 시신 훼손을 위한 흉기도 함께 갖고 온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를 살해한 뒤 고씨는 시신을 훼손하고는 일부를 완도행 여객선에서 바다에 버리고, 나머지를 완도항과 김포 등에 나눠 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객선이 완도에서 정차한 시간이 2분 정도에 불과해 시신을 유기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완도항에서의 행적에 관한 진술은 거짓으로 보고 있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이날 동부경찰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피의자 고씨는 완전 범죄를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으며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는 가정사로 추정되지만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박 서장은 “결혼과 이혼, 재혼에 관련한 가정적인 문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부분은 관련자들의 명예훼손과 관련되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튿날 고씨는 시신을 훼손·분리한 뒤 하루 지나 훼손한 시신을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에 넣고 펜션을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8일에 시신 일부를 종량제봉투에 넣은 후 같은 날 오후 8시 30분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탔고, 배 위에서 고씨는 피해자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7분 동안 바다에 버렸다. 이 같은 과정은 CCTV에 그대로 찍혔다.

김포 소재 가족 아파트에 29일 새벽 도착한 고씨는 이틀간 시신을 다시 훼손한 뒤 31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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