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버리고 대만을 국가로 거론하며 외교·군사적 최대 압박 카드를 꺼냈다.

그간 미국 관료가 실수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미리 준비된 문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것은 의도적으로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언급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기술하면서 대만을 ‘국가(country)’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 등 모든 4개 ‘국가(All four countries)’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수행하는 임무에 기여하고, 자유롭고 공개된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대만과 교류를 강화하고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달라진 기조를 보여왔다.

여기에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문서를 통해 언급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마저 뒤흔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는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의 공격적인 대중국 비판도 담겼다.

섀너핸 장관대행은 보고서 도입부에서 중국 공산당을 ‘억압적인 세계 질서 비전의 설계자’라면서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지역을 재편성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군사 현대화와 영향력 행사, 약탈적 경제 등을 동원해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중국의 강력한 반발은 정해진 수순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고 있으며,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세계 어떤 나라나 기업, 단체와도 절대 관계를 맺지 않는 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세계 44개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대만이 중국과 별개 국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자료 등을 삭제하라고 압박을 가해 실제 모든 항공사가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이번 대만 국가 명기는 무역전쟁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40년간 유지해온 대중국 외교 근간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시작된 무역 갈등이 기술과 문화, 교육 등의 분야로 확대돼 안보·외교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양국의 관계에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중국 역시 미국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중국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카드로 보이면서 미국에 대한 최대 압박에 나섰다.

양국 갈등이 모든 분야에서 최고조를 이루는 가운데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이 1차 분수령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것”이라며 G20 전후로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정상이 작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G20 기간에 정상회담을 하고 ‘90일 휴전’에 돌입한 사례와 같이 이 기간 중 미중 정상의 담판을 통해 휴전 또는 돌파구 마련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양측이 그간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지 못한 만큼 입장차가 너무 커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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