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비경 어라연. 5월의 햇살이 투영돼 눈이 부시다. 동강 래프팅으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래프팅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동강은 자연경관이 빼어나면서도 물살이 빠르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6.7
천혜의 비경 어라연. 5월의 햇살이 투영돼 눈이 부시다. 동강 래프팅으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래프팅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동강은 자연경관이 빼어나면서도 물살이 빠르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6.7

물길 따라 기암괴석 풍광에 ‘흠뻑’

노 저으니 천혜 비경이 한눈에

4륜 바이크 코스 등 레포츠 다양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양현 앞으로 하나, 둘, 영차, 으쌰” 수상 안전요원(강사)의 구령에 맞춰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셋, 넷, 영차, 으쌰”를 외치며 힘차게 노를 저었다.

햇살을 머금은 푸른 강물 위로 보트가 물살을 갈랐다. 박진감 넘치게 급류를 타기도 하고 잔잔한 바람과 함께 유유히 떠다니기도 했다.

구불구불 자유롭게 휘어진 동강의 물길은 멀리서 바라본 그 모양을 물고기 비늘에, 한반도 지도 모양 등 다양한 모습으로 해석한다. 물길을 따라 볼 수 있는 산 이편저편의 신록과 기암괴석은 헬기 혹은 래프팅으로만 그 속살을 볼 수 있단다.

래프팅이란 고무보트를 타고 계곡의 급류를 헤쳐 나가는 레포츠로 빠른 속도와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부서지는 물결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더위를 쫒기에 제격이다.

강원도 영월의 동강. 다이나믹한 계절 여름, 때 이른 더위가 무섭게 파고드는 5월 어느날 영월을 찾았다.

레프팅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이 될 수 있지만, 영월에는 이런 초보들을 잘 인솔해줄 래프팅 업체들이 많다. 다양한 레포츠 코스가 많아서 패키지로 묶다 보면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4륜바이크와 래프팅, 서바이벌, 패러글라이딩이 특화된 코스니까 정신 차리고 흥정하자. 하루 장사하고 끝낼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도 손님에게 바가지 씌울 마음은 없어보인다. 이 아름다운 고장에 살면서 마음씨 나쁘게 먹기도 어려울 것 같다.

동강의 아름다운 풍경. 4륜바이크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6.7
동강의 아름다운 풍경. 4륜바이크가 자갈밭을 달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6.7

고무보트에 탈 일원을 태울 봉고차가 먼저 나타났다. 손님을 얼마나 뻔질나게 태우고 날랐는지 봉고차 시트가 다 뜯어지고 헤어졌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20여분을 달린 뒤 신속하게 강변에 도착했다. 보트를 차량에서 강가에 내려두니 래프팅을 위한 준비 작업이 끝났다.

래프팅 구간은 문산 나루터부터 시작해 섭세강변까지 약 12㎞로 3시간 정도의 코스였다. 동강에서도 경치가 가장 빼어난 ‘어라연 코스’였다. ‘어라연’은 잔잔한 수면에서 뛰어 오르는 물고기 비늘이 햇살에 비단처럼 반짝이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흐르는 강물을 연못에 비유할 정도라니 그 맑고 고요함은 직접 보지 않고는 실감하기 어렵다. 일부 구간 트레킹 코스가 있지만, 어라연에 구석구석 닿는 방법은 래프팅이 유일하다.

래프팅에 들어가기 전 헬멧과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강사에게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은 뒤 보트에 올랐다.

“왼쪽이 좌현이고 오른쪽이 우현입니다. 동시에 노를 저어야 배가 앞으로 갑니다. 알았죠?” “네” 일행이 탄 보트는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쭉쭉 나갔다.

보트 하나에 10여명이 함께 올라타 힘과 균형을 맞추면서 노를 저으니 협동심이 절로 생겨난다.

문산나루를 출발한 보트는 바위단풍과 이끼가 어우러진 기암괴석을 끼고 흐르는 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보트 오른쪽 산사면에 난 도로 옆으로 펜션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이날은 물이 많지 않아 재미가 덜하다고 강사는 소개했다. 물이 넘쳐서 물살이 빨라야 노를 젓는 수고도 덜하고 래프팅의 속도감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강사는 6월 장마가 끝나고 닷새 쯤 지나고 오면 물살도 좋고 제일 재미가 난다고 했다. 물론 빠른 물살 때문에 사고도 가장 많이 날 수 있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어찌됐건 노를 많이 젓게 된 이날 꽤 힘이 들었던 일행 중 한 명은 “노 젓는 노예가 된 것 같다”면서 우스갯소리를 했다.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그림에서나 볼 법한 새가 주위를 날아다녔다. 사람들이 강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나게 웃다가도 이내 잦아들면 바람소리와 물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뛰어 오르는 물고기 대신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이 눈이 부실 정도다. 한가롭기 그지없다.

래프팅 동호인들이 보트를 맞댄 채 물싸움을 벌이고 있다. 5~6월에 즐기는 동강 래프팅은 급류타기보다는 여유로운 뱃놀이에 가깝다. ⓒ천지일보 2019.6.7
래프팅 동호인들이 보트를 맞댄 채 물싸움을 벌이고 있다. 5~6월에 즐기는 동강 래프팅은 급류타기보다는 여유로운 뱃놀이에 가깝다. ⓒ천지일보 2019.6.7

별안간 그때 물벼락이 쏟아졌다. 으샤으샤 노를 저으며 앞질러 가는 듯했던 주변 보트가 물싸움을 걸어온 것이다.

“물 받아라. 얍 얍!” “아유 정말. 뭐야! ㅋㅋㅋ” 투덜거리면서도 맞받아 물을 뿌리는 모습이 다들 어린애들이 된 것 같았다. 고함도 지르고 깔깔거리고 웃어대니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간 듯하다. 꽤 고령의 사람들이 탄 상대편 배의 일행이 막내라고 소개하면서 헬멧을 벗겨 보이니 염색머리를 한 중년 남성이 멋쩍어 하며 꾸뻑 인사를 한다. 그 모습마저 너무 우스워 배에선 깔깔깔 웃음이 터져나온다.

얼마나 시간이 됐을까. 한쪽에 치우쳐 앉아 노를 젓고 있으니 허리와 다리가 아파왔다. 잠시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강폭이 한결 넓고 작은 모래사장이 형성된 십이병풍바위에 이르렀다. 수심이 얕아 보트에서 내려 물장난을 하거나,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먹는 장소란다. 누군가 물수제비 놀이를 하니, 다들 따라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느긋하게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보트에 올라 노를 젓기 시작했다.

한 차례 물굽이를 돌자 어라연에서도 최고의 경치로 치는 상선암·중선암·하선암이 차례로 이어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었다. 기암괴석에 박힌 나무들을 보니 기쁨에 겨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게다가 강 수면은 더욱 잔잔해 양쪽 산언덕뿐만 아니라 정면 산봉우리까지 투영하고 있었다.

멍하게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을 즈음 보트가 갑자기 방향을 잃고 상하좌우로 요동쳤다. 어라연 래프팅 체험에서 유일한 급류인 ‘된꼬까리’를 지나갔다. 그리 위험하지 않고 시원하게 물벼락 한 번 맞는 정도다.

이번 래프팅 체험은 강 수위가 높지 않아 보트가 돌바위에 걸려 멈추는 등 스릴은 덜했지만, 천혜의 비경인 어라연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숙련된 강사를 만난 덕에 배가 걸려 빙빙도는 난코스도 잘 헤쳐 나왔다.

물길을 따라 볼 수 있는 산 이편저편의 신록과 기암괴석은 헬기 혹은 래프팅으로만 그 속살을 볼 수 있단다. ⓒ천지일보 2019.6.7
물길을 따라 볼 수 있는 산 이편저편의 신록과 기암괴석은 헬기 혹은 래프팅으로만 그 속살을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19.6.7

래프팅을 마무리할 즈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지만 평온한 삶도 좋다는 것.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그런 삶 말이다. 평온한 삶을 살며 좀 더 주변을 돌아보며 살겠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

급물살이 많을 때는 스릴은 넘치겠으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 따윈 없을테니까.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게 재미없고 지루한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그 반복되는 지루함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는 건 결국 우리 몫이겠다.

짧은 시간이지만 배 안의 공간은 특별했다. 일면식도 없었던 일행들과 친분을 나누고 웃을 수 있었다. 그 어디서든 이런 마음을 잊지 않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 동강은 인제 내린천, 철원 한탄강과 더불어 국내의 3대 래프팅 명소로 꼽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저 없이 최적의 래프팅 장소로 평가받는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물살이 빠르지 않아 안전한 것이 큰 장점이다. 해마다 5월 중순께부터 시작, 6월이면 본격화돼 10월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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