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로 당대표 취임 100일을 맞았다. 난파 직전의 자유한국당 선장을 맡아서 이제는 어엿한 제1야당의 외형을 갖추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비록 정치 초년생이었지만 내우외환의 자유한국당을 단단하게 묶어세운 것도 황 대표의 정치역량이다. 이전의 홍준표 전 대표와 비교해도 그 차별성은 결코 간단치 않다. 황 대표가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외형이 다가 아니다. 황 대표가 100일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별히 당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내부의 한계를 직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 대표는 “우리 스스로 당을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역사의 주체세력이 될 수 없다. 혁신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그동안 지지층을 결집시켰고 당 지지율까지 끌어 올린 것은 다행이지만 이전의 자유한국당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하는 점에서는 자신이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실제로 탄핵 이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에 기인한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게다가 중도의 바른미래당이 스스로 무너지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까지 대거 자유한국당에 힘을 실어줬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가 컸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가 특별히 무언가를 잘 해서 얻은 지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황 대표가 이 대목을 제대로 짚어내면서 혁신을 강조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우선 바른미래당이 생존을 위한 새판짜기에 나설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중도층을 끌어안기 어려울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이대로 수세국면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와 북핵문제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심판의 대상이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가 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취임 100일을 맞은 황교안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역시 당 혁신이 정답이다. 혁신이 없다면 중도는커녕 오히려 극우정당으로 고립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혁신은 아무나 말하는 그런 선언적 의미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체질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툭하면 막말에 좌파 타령, 금도를 넘어선 몽니와 발목잡기는 이젠 지긋지긋하다 못해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혁신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우선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 공천은 한참 뒤의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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