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유월의 아침 - 서경온
[마음이 머무는 시] 유월의 아침 - 서경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월의 아침 

서경온(1956 ~  )

 

교장선생님의 아침 훈화는 
자연예찬에 곁들인 인생의 무상함 

푸른 나무들 같은 남녀학생들이 
파란 하늘 아래 그림처럼 서 있다 

눈부신 유월
떠오르는 햇살 속에 
아직은 어린 교정의 나무들아 

십년 후에 백년 후에 기억해다오 
우리 잠시 함께 바라본 구름. 

[시평]

우리의 학창시절 싫은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아침운동장조회이다. 우리들은 체육선생님의 호각소리와 호령에 따라 줄을 맞춰야 하고, 또 차렷 자세로 서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우리는 그저 들어야만 했던 아침운동장조회시간. 더구나 녹음이 막 퍼지고, 그래서 아침부터 따가운 햇살이 퍼지는 초여름 철에 들어서면 더욱 그 아침운동장조회가 싫어진다. 어떤 때는 여름의 햇살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학생들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의 자연예찬에 곁들이 인생의 무상함이 담긴 훈화를 귀담아 듣기보다는, 푸른 하늘 위로 번지는 흰 구름에 눈길을 주던지, 또는 아직 녹음이 다 번지지 않은 푸른 교정의 나무에 눈길을 주며, 자기 나름의 상상의 날개를 펴기도 한다. 우리들은 따분한 훈화보다는 푸른 나무와 흰 구름을 바라보며 꿈을 지니고 자라나야 할 푸른 나무들과 같은 아직 푸릇푸릇한 어린 학생들이었으니까.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귓가로 흘려보내며 바라다보던 푸른 하늘, 그 위로 번지던 흰 구름, 그 변화무쌍한 모습. 또는 교정의 푸르른 유월의 나무들. 실은 우리는 이 모든 푸르름을 공유하며 아침운동장조회라는 어쩌면 지겨운 자리에 함께 서 있었던 것이다. 훗날 이러한 우리의 모습이 한 스냅 마냥 지나가는 그러한 날, 우리는 유월의 그 날을 다시 기억해 낼 것이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도 어쩌면 그 시간 쯤 되면 싱그러운 녹음마냥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