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동상이몽이랄까. 한솥밥을 먹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햇볕정책’을 놓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서열로 놓고 보면 1위와 2위의 다툼이기 때문에 그 파장이 상당하다.

이 같은 온도차는 두 사람이 현재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나왔던 길이 다른 데서 시작된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토박이다. DJ 정권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그는 ‘햇볕정책’을 늘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인이다. 말하자면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적통이라고 할 수 있다. 햇볕정책에 대한 애착은 지난 8일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포용정책은 민주당의 정체성이요 뿌리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손 대표는 원래 한나라당 출신이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햇볕정책을 지지했다고는 하지만 그 무게감에서 정 최고위원이나 박 원내대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한명숙 전 총리도 지난 2007년 9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을 앞두고 열린 한 정책토론회에서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했다는 손 후보가 무책임한 발언을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물론 손 대표도 연평도 사격 훈련 실시를 비난하면서 ‘햇볕정책’으로의 복귀를 부르짖긴 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햇볕정책이 아니면 안 된다’라기보다는 현 정권의 대북전략을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대표로서 햇볕정책에 민감한 주위 정서를 살필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손 대표는 지난달 30일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목에서도 햇볕정책을 바라보는 손 대표의 의중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이런 점을 볼 때 손 대표는 시간이 흘러 당내에서 햇볕정책 외에 다른 대안이 지지를 받으면 그 안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강온양면 전략이 상승세를 타면 손 대표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그때에도 여전히 햇볕정책을 고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걸어온 길이 다르면 마음을 합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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