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6

1만여명 모여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추모

DMZ화살머리고지 6.25전사자 유족도 참석

‘문재인 퇴진’ 촉구 애국단체 집회도 열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9시55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표어 아래 진행됐다.

올해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국가유공자 및 유족, 각계대표, 시민, 학생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6.25전사자 유가족과 유해가 봉환된 국외안장 독립유공자 유족도 자리를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전국적으로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추모 묵념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며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면서 “저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 통합과 관련해선 “우리는 누구나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안정을 추구하고, 어떤 때는 변화를 추구한다”면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배우 김혜수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6.25전사자 유족 김차희 여사의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배우 김혜수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6.25전사자 유족 김차희 여사의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6

추모연주와 편지낭독, 합창 등 추념공연도 이어졌다.

추념식에 참석한 배우 김혜수씨가 6.25 전사자 故 성복환 일병의 아내 김차희(93) 여사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김차희씨의 남편 성복환 일병은 1950년 8월 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1950년 10월 13일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했다. 지금까지도 유해는 수습되지 못했다.

이날 검은색 의상을 입고 단상에 선 김씨는 “김차희 할머니께 이곳 서울 현충원은 성복환 할아버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이 편지를 듣고 계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할머니를 대신해 오랜 그리움만큼이나 간절한 소망을 전하고자 한다"며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당신의 흔적을 찾아 국립묘지에 올 때면 회색 비석이 군인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어떤 이가 국립묘지를 구경하러 간다는 말에 가슴이 미어진다. 젊은 청춘을 바친 무덤을 보고 어찌 구경하러 간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전해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이후 소프라노 신영옥씨가 우리 가곡 ‘비목’을 국방부 중창단과 함께 합창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현충일인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6.25참전용사들이 전사자 유족의 편지 낭독을 들으며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6.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현충일인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6.25참전용사들이 전사자 유족의 편지 낭독을 들으며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6.6

추념식 직후 행사장을 빠져나가던 유가족 정영순(72, 서울 광진구)씨는 정부를 향해 고마움을 표출하면서 “우리는 고아처럼 자랐기 때문에 친정이 없다”며 “현충원은 친정과 같다. 매번 친정에 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울적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면 항상 이곳을 찾는다. 평생을 그렇게 살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씨는 현충원을 이용하는 시민의 행태에 볼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현충원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지만 여느 공원과 같은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나무그늘 밑에서 돗자리 깔고 술 먹고 고스톱 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이곳은 경건한 마음을 갖고 참배하며 선열들을 가슴에 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특히 단체로 참석한 중고생들이 많았는데 행사 성격상 학습 차원인 듯 했다. .

추념식에 친구들과 함께 처음 참석했다는 최현서(17, 서울 성동구)군은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잘살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선조들의 희생이 밑바탕이 됐다는 건 상식”이라면서 “책속에서만 알고 공부해 왔는데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있는 학부모 대표(서울 중랑구)는 “추념식 행사를 통해 우리 선열들이 어떤 역사적 일들을 했는지 학생들이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6년째 이 일을 해왔는데 늘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추념식장 주변에서는 ‘문재인 퇴진’을 촉구하는 애국단체의 모습도 보였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여기가 어딘데 여기까지 와서 저러는지 모르겠다.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 아니냐”며 혀를 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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