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자 주말인 지난 1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방역 현장인 인천 강화군 해병대 교동부대를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자 주말인 지난 1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방역 현장인 인천 강화군 해병대 교동부대를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바이러스 확산요인 야생멧돼지

막기위한 포획틀·울타리 설치

이낙연 “개성까진 왔다고 봐야”

유럽, 바이러스 근절만 30년

퇴치까지 길고 긴 싸움 될 듯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정부가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을 넘어 북한에서도 발병했다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공식 보고에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도와 강원도 등 14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며 예방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6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인 5일 경기 북부 접경지역의 ASF 차단 방역현장을 점검했다. 이 총리는 “멧돼지가 하루 15㎞를 이동하는데 아직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신고된) 북한 자강도에만 멧돼지가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미 개성까지는 왔다고 봐야 한다”며 대비를 당부했다.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해진 14개 시·군은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취했다. 이에 이 총리는 “오늘(5일)이 지시한 지 사흘째인데 아직도 ‘심각에 준하는’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시 점검하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파주·김포·연청 등 3개 시·군은 돼지 혈액을 채취해 정밀 검사를 하는 등 방역망을 세밀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파주에서는 양돈농장에 들어가기 위해 생석회로 뿌려진 길을 지나고, 총 2차에 걸친 소독약을 도포해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석회는 물과 닿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100℃ 이상의 열을 내며 바이러스 균을 사멸시켜 가축 방역용으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북한 접경지역에는 야생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어 야생 멧돼지를 통해 전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야생 멧돼지가 꼽히기 때문이다. 2007년 조지아에서 발생한 ASF바이러스는 동유럽과 러시아로 확산됐는데, 그 요인으로 야생멧돼지가 꼽힌다.

더군다나 물가를 좋아하며 헤엄을 잘 치는 멧돼지의 습성도 간과할 수 없다. 감염된 멧돼지가 임진강, 한강, 서해 등으로 내려와 국내로 옮길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에서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가운데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제2국제여객 터미널에 입국시 반입이 제한되는 휴대품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최근 중국 정부는 북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관련 북한산 돼지나 맷돼지 관련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천지일보 2019.6.5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에서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가운데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제2국제여객 터미널에 입국시 반입이 제한되는 휴대품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최근 중국 정부는 북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관련 북한산 돼지나 맷돼지 관련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천지일보 2019.6.5

현재 북한이 지난달 23일 신고한 곳은 1곳뿐이다. 하지만 OIE의 공식 발표는 31일이므로 ASF바이러스가 더 넓게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과는 지난 5일 실시한 ‘야생동물 실태조사’에서 국내 멧돼지 개체수가 지난해 기준 국내 멧돼지 서식밀도가 1㎢당 5.2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접경지역 내 모든 양돈농가에 포획틀 954개와 울타리 885개를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총리는 지난 1일 인천 강화군의 양돈 농가와 군부대를 방문해 농장 외곽에 설치된 차단 울타리와 차량용 소독시설 등 ASF바이러스 차단방역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내륙을 통한 멧돼지 유입은 어렵지만 물길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방역기관과 축산업 종사자들이 엄중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SF바이러스는 1957년 포르투갈 리스본, 1978년 몰타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2007년 조지아에서 발병했다. ASF바이러스가 확인 된 장소는 대부분 공항과 항만 부근으로 공항·항만에서 나온 음식물 폐기물을 통해 유입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발생한 ASF바이러스 111건의 역학조사 한 결과 49건이 음식물 폐기물 급여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음식물 폐기물을 사료로 주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처리업체에서 음식물 폐기물을 열처리해 가축용 사료로 제조하고, 축산농가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료관리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급여 중단은 어려울 것으로 예견된다.

ASF바이러스는 퇴치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럽에선 1960대에 처음 발생했다가 근절하는 데에만 30년 이상 소요(포르투갈 1993년, 스페인 1995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길고 긴 싸움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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