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무선 마케팅 부문 총괄책임자인 피터 저우가 인터뷰에서 600달러짜리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화웨이의 무선 마케팅 부문 총괄책임자인 피터 저우가 인터뷰에서 600달러짜리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중국경제뉴스마다 ‘스페어 타이어’ 프로젝트로 도배
안진홍 중국경영 칼럼니스트가 바라본 미중 무역전쟁

[천지일보=이솜 기자] 스페어 타이어란 자동차 응급수단의 하나로, 운행 중 타이어 이상 발생 시 교환할 수 있도록 차량에 싣고 다니는 예비 타이어를 말한다. 이러한 자동차 용어가 요즘 중국의 경제뉴스에 도배되고 있다. 그 의미를 중국 내 경제상황에 밝은 전문가와 인터뷰를 통해 정리했다. 

- 스페어 타이어가 뭐길래 이리도 난리 법석인가? 
그 이유는 화웨이 하이스 반도체 부문 총재 허팅붜(何庭波)의 SNS글 때문이다. “화웨이 동지들 그동안 준비했던 스페어 타이어가 하루 저녁에 정식 타이어로 탈바꿈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듣는 사람은 뭔 말인지 몰라 좀 어리둥절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는 엄청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SNS의 글은 중국의 미래 30년 발전에 영향 미칠 이정표가 될 수 있다.

- 언급된 스페어 타이어란 어떤 의미인가? 
스페어 타이어는 해외기술과 제품을 대체 할 수 있는 기술의 국산화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전면제재를 선포하자 화웨이는 그동안 숨겨두었던 스페어 타이어를 내놓은 것이다. 여기서의 스페어 타이어는 미국산 칩을 대체 할 수 있는 자체 생산 고성능 칩과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말한다. 

- 중국이 미국산 칩을 국산화할 수 있나?
좀 믿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나 믿겨지지 않는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화웨이는 지난 10년 가까이 미국의 대 중국 봉쇄를 염두에 두고 칩 및 운영체제의 자체개발을 준비해왔던 것이다. 얼마나 섬뜩하고 무서운 사람들인가? 미국과의 무역제재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한다는 기업은 아마 해외 기타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제재할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여기에는 중국의 국가전략이 담겨 있다. 중국과 미국은 한동안 사이좋게 지냈지만 중국의 덩치가 커지면서 미국을 위협하게 될 때 결국 미국의 보복을 받게 될 것이란 것을 중국이 G2가 되면서 이미 수년 전부터 대비해 왔다. 작년의 ZTE제재는 그 전쟁의 신호탄이였다. ZTE와 화웨이는 레벨이 다른 회사이다. 화웨이가 삼성이라면 ZTE는 중견기업 수준이다. ZTE를 제재할 때는 꼼짝 못하고 당했지만 화웨이를 제재하자 런정페이 회장은 여유만만하게 화웨이를 제재해도 화웨이가 5G분야 세계1위 통신장비 기업의 위상을 흔들 수 없을 것이라 결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 그간 어떤 수준의 화웨이 제재가 있었나? 
화웨이에 대한 제제는 반도체칩 분야에만 국한 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체제 사용, 국제 전자통신분야 산업협회 회원자격, 반도체 아키텍쳐 영역에서 미국은 전면압박을 가해왔다. 그러나 화웨이는 태극권 하듯이 하나 둘씩 여유 있게 맞받아 대응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지원을 중단한다고 하자. 화웨이는 8년간 연구개발한 핸드폰 OS ARK(훙멍)을 출시할 것을 발표했다. 성능이 안드로이드보다 60%가 빠르다고 한다.(훙멍이 출시하게 되고 중국정부가 강제로 기타 중국 핸드폰 기업이 이 체제를 활용하게 한다면 안드로이드는 60%의 시장을 잃게 되고 세계 제2 운영체제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반도체 아키텍처기술을 보유한 ARM이 제재를 선포하자 ARM과의 영구 기술이전이 되어 있어 향후 자체개발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왼쪽)과 알렉세이 코르냐 최고경영자(CEO). 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수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왼쪽)과 알렉세이 코르냐 최고경영자(CEO). 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수치고 있다. 화웨이가 러시아 최대 통신사와 5세대 이동통신(5G) 계약을 체결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지만, 미국은 유럽의 동맹들에 '화웨이를 쓰지 말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며 이에 맞섰다. (출처: 뉴시스)

- 정말 화웨이가 미국 없이 생존할 수 있나? 
화웨이 회장 런정페이의 취재내용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다. 런정페이 회장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① 우리 기술을 미국에서 훔친 기술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미국이 없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찌 미국이 없는 기술을 훔치겠습니까? 
② 미국이 없어도 우리는 이미 세계 1위입니다. 우리에겐 미국시장은 중요치 않습니다. 미국이 우리장비를 사겠다고 해도 우리는 팔지 않을 겁니다. 
③ 미국이 우리를 제재할 것을 우리는 이미 예상을 했습니다. 세계1위가 되는 걸 두려워했지요. 그러나 우리는 수년 전부터 모든 준비를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우리에게 부품과 OS수출을 중단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자체 개발을 착수해 왔던 것입니다. 
④ 우리는 모든 부품과 기술을 자체 개발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는 하나의 비상수단일 뿐입니다. 물론 우리 기술이 다른 기술보다 뒤떨어진단 이야기는 아닙니다. 글로벌 시대 우리는 선진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모든 부품의 자체생산을 지향하지 않고 전세계 각국에서 좋은 제품을 사들일 겁니다.

이상 내용을 들어보면 좀 모순되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것이 바로 화웨이의 지혜이고 중국의 전략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전쟁을 대비하겠지만 글로벌 경제체제에 편입되어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화웨이가 아무리 너그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미국의 제재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 미국이 이렇게까지 화웨이 제재에 매달리는 이유는?
화웨이의 성공은 곧 미국의 실패로 간주하고 있다. 미래의 30년 경제패권이 달린 5G시대 화웨이의 독주를 막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 속에서 화웨이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그나마 스페어 타이어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화웨이 같은 기업을 더 찾을 수 없다. 화웨이는 외로운 섬의 등대처럼 우두커니 서있고 중국의 산업은 그 등대 밑에서 길을 잃은 펭귄처럼 갈팡질팡하고 있다. 

- 화웨이가 중국을 대변하나?
화웨이가 중국을 대변하지 않는다. 화웨이의 안목, 화웨이 경제력, 개발력을 갖춘 기타 중국기업은 보기 드물다. 미국에만 편중 되어 있던 중국산업 전체가 2019년 5월,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인해 요동치고 있다. 여유만만하게 중국제조 2025를 꿈꿔왔던 중국의 기업인, 정치인들은 트럼프의 몽둥이에 맞은 사람처럼 크나큰 충격에 빠져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는 어떤 의미인가? 
트럼프는 화웨이 제재를 통해 경제 핵단추를 눌러버렸다. 물론 국지전에 불과했지만 중국은 전쟁이 터지고 나니 자신의 기술토대가 이토록 취약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국이 관세를 50%로 올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을 대응할 무기는 무엇인가? 농산물 제외하고 특별한 카드는 없었다. 대부분 수입품은 중국이 필요한 미국의 첨단 부품이었다. 거기에 관세를 매긴다는 것은 자살테러와 차이가 없었다. 미국산의 수입을 중단하고 국산화 한다는 것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다. 그제서야 중국은 미국 제재의 위험성을 알기 시작했고 전 국가 차원의 스페어 타이어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이 작년 4월 26일 허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우한신신반도체(XMC) 제조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시진핑 주석이 작년 4월 26일 허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우한신신반도체(XMC) 제조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 중국정부 차원의 스페어 타이어 프로젝트는 뭔가?
미국산에 대한 전면의존을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의 국산화를 의미한다. 미국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비상 장비를 준비해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하다. 중국의 수십 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미국의 기술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려면 오랜 길을 걸어야 한다. 자체기술개발인력과 장비로는 단시일 내 미국을 따라잡는 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의 脫미국 기술국산화가 가능한가? 
완전히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이라면 꿈도 꾸기 어렵겠지만 중국은 그나마 그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시간과 국제 정치에서의 알력싸움이다. 이걸 이겨내야 중국이 비로소 미국기술 패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한 고위직은 SNS에서 역사상 모든 대국의 지위는 투쟁으로 얻어낸 것이지 다른 국가로부터 순순히 물려받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중국이 세계 선두국가가 되려면 미국이란 큰 산을 넘어야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넘으려고 하지 않는 산을 넘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중국의 숙명이다. 이 대목에서 제갈량이 손권을 설득하는 말이 생각난다. “전하의 대신들은 조조가 이 땅을 차지해도 신하로 남을 수 있지만 전하가 계속 이 땅의 주인이 되게 놔두겠습니까?” 중국은 이미 커질대로 커져 미국의 전쟁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원하든 원치 않든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신흥대국의 부상을 미국이 가만 두겠나?
신흥대국의 부상은 항상 미국의 잔인한 보복을 유발했다. 일본도 당했고 소련도 당했다. 일본에게는 잃어버린 30년을 가져다줬고 소련은 나라를 통째로 잃게 됐다. 이제는 중국차례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이 아니고 소련이 아니다. 미국은 최초로 자신보다 인구가 4배 많은 대국과의 패권 디펜딩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 전초전이 바로 중국제조 2025를 막는 전투였다.

-왜 미국이 중국제조 2025를 경계하나?
바로 중국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술 공급사슬에서 독립하려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패권을 무시한 ‘기술 분열주의’라 간주했다.
게다가 거기에 인민폐가 달러의 통치지위를 위협하기까지 하자 설상가상이 되었다. 중국과 미국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중국이 기술독립과 금융독립을 이루고 명목GDP 세계1위까지 달성하면 미국의 패권은 정식 막을 내릴 수 밖에 없고 그 패권의 반전은 앞으로 수백 년 지속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어렵게 얻은 세계 패권인데 중국에게 순순히 물려주겠는가? 19세기 70년대부터 세계최강국으로 군림한 미국이 150년만에 그 패권을 다른 국가에 바친다는 것은 미국의 엘리트층에게는 허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의 무역전쟁이 터진 것이다. 단 이는 수십 년 지속 될 패권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안진홍 중국경영 칼럼니스트 ⓒ천지일보 2019.6.6
안진홍 중국경영 칼럼니스트 ⓒ천지일보 20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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