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김학의·장자연·형제복지원… 되짚어본 검찰 과거사위 1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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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에 앞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에 앞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9

‘형제복지원 비상상고’ 이끌어내… 검찰총장 직접 사과도

특별수사단 통해 6년 만에 김학의·윤중천 구속 기소 성공

윤중천에 접대받은 유력인사 수사촉구에도 별 성과 못 내

장자연 리스트 사건, 공소시효 벽에 부딪혀 수사권고 無

과거사위-조사단 갈등으로 위원장 사퇴…결과에 반발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달 31일로 장장 1년 6개월의 모든 활동을 마쳤다. 2007년 12월 출범한 과거사위는 여러 성과도 올렸지만 한계도 분명했다는 지적이다. 과거사위의 활동을 되짚어봤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사위는 재심 등 법원의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가운데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및 기소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을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과거사위가 정식 조사에 나선 사건은 총17건이다. 먼저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괄호는 사건이 발생한 년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2010년)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년, 2010년, 2015년) 등 12건이 조사대상이 됐다.

이후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년)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2012년) ▲김학의 차관 성 접대 의혹 사건(2013년)이 추가로 포함됐고, 다시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춘천 강간살해 사건(1972년)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1990년)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2008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 ▲용산 참사(2009년) 등 사건도 조사하기로 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과하는 자리에서 피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과하는 자리에서 피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7

과거사위의 가장 큰 성과라면 ‘형제복지원 사건’ 처리 결과를 들 수 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도 불리는 형제복지원은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학대·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 곳으로, 이곳에서 공식적으로만 513명이 숨졌다.

지난해 10월 과거사위는 “제복지원의 위법한 수용과정 및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피해자에 사과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해당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점이 발견됐을 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신청하는 비상구제절차)’를 신청하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직접 피해자들에게 눈물로 사과하기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도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 지난 3월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권고했고, 이에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꾸려졌다.

이 특별수사단은 세 달 간의 수사를 통해 지난 4일 김 전 차관과 그에게 성접대 등 향응을 건넨 의심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을 구속 기소했다. 2013년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이들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김 전 차관은 과거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풀려난 바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뇌물수수와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오른쪽)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뇌물수수와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오른쪽)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천지일보 DB

하지만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이 모두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과거사위는 윤씨에게 접대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력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수사단은 며칠 만에 수사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특정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도 받았으나 수사단은 그를 기소하면서 강간 혐의 등은 적용하지 않았다. 고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수사단 설명이었다. 성범죄 관련 혐의는 과거사위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권고를 내릴 때도 빠졌던 부분이어서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사위의 한계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은 수사권이 없는 조직이다. 압수수색이나 강제소환 등의 권한이 없다 보니 진상조사단은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의혹에 연루된 인물을 부르는 것조차 난관이 많았다.

진상조사단은 검사 2명과 변호사·교수 등 외부인원 4명 등 6명으로 구성되는데, 외부인사가 검찰 과거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없게 한 법 때문에 열람이 가능한 조사단원이 이를 열어본 뒤 보고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과거사위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다. 이 사건은 고(故) 장자연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고(故) 장자연씨. ⓒ천지일보 DB
고(故) 장자연씨. ⓒ천지일보 DB

장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째 되는 해인 올해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규명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았지만, 과거사위는 이렇다 할 수사 권고를 하지 못한 채 관련 활동을 종료했다. 과거사위는 “관련자들의 통화내역 원본, 디지털포렌식 복구자료 등을 확인할 수 없었고, 주요 의혹 관련자들이 면담을 거부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일을 파헤치는 업무 특성상 공소시효도 끊임없이 과거사위를 괴롭혔다. 장자연 사건만 하더라도 장씨의 소속사 사장 김모씨의 강요 또는 강요미수 혐의,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을 협박한 혐의(특수협박) 등이 모두 2016년에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과거사위 내부 문제도 여러 차례 불거졌다. 장자연 사건의 경우 진상조사단 총괄팀장이었던 김영희 변호사는 “조사팀의 결과에서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검사들의 의견을 과거사위가 결론으로 채택했다”고 공개적으로 반발을 표출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조사 대상 사건과 관련된 당시 검사들 중 일부가 조사단 조사 및 활동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학의·장자연·용산참사 등 사건에서 2차 가해나 갖가지 논란으로 팀이 해체되거나 새로 구성되는 일도 있었다. 일부 조사단원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 김갑배 변호사가 과거사위원장직을 내려놓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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