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유제품. 국내에서는 12개 업체가 가격담합 혐의로 적발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공정위, 물가인상·구제역 등 감안해 ‘경감’
“담합 예방 가격 정보 감시 기능 높여야”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화나죠! 무려 2년 동안 국민을 속여 온 건데.”

국내 대표 우유업체 12곳이 가격담합을 해 온 사실이 알려지자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시민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3·6살 두 아이를 키우는 정민희(32, 서울시 충정로) 씨는 “우유 소비가 줄어 많이 먹어달라고 홍보할 땐 언제고 뒤에선 국내 대표 기업들이 담합을 해왔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대한 과징금이 일부 물가인상률과 구제역 등으로 경감됐다는 얘기에 정 씨는 “2년 동안 속여 온 사실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분노에 비하면 봐줘도 너무 봐준 처사”라고 안타까워했다.

일주일에 100ℓ짜리 우유 3개를 소비할 만큼 모 기업 제품을 애용한다는 주부 김윤희(32, 서울시 중구 만리동) 씨는 “분유·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이 소비되는 분야가 한둘이냐”면서 “이번 사태가 엄청난 일인데도 이런저런 핑계로 경감을 해준다면 기업들이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시민의 분노는 생각보다 컸다. 우유는 특히 생필품처럼 애용될 뿐 아니라 매번 있는 담합에 대해서도 소비자는 일방적인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빙그레 등 14개 유제품 제조업체가 지난 2년간 우유가격 인상을 도모하고 묶음행사 등을 전면 금지키로 하는 등 담합행위가 인정돼 시정명령과 총 18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8년 8월 원유가가 20.5% 인상되자 다음 달부터 가격을 동시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2009년 한해 서울우유는 297억 원, 남양유업은 1032억 원, 매일은 183억 원 등 최대 1032억 원에서 적게는 14억 원까지 12개 업체가 순이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업체들 12곳에 총 188억 원의 과징금을 무는 것에 그쳤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이전에 원유가가 20.5%나 올랐던 부분이 참작됐고, 최근 낙농가들이 구제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경감했다”고 전했다.

이번 우유 담합 사태와 관련해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더욱 엄중한 잣대를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거래에서 독과점 형태를 보이고 있어 담합과 암묵적 행위가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하고 “소비자 단체와 정부는 시장 가격을 수시로 감시하는 한편 제공되는 정보를 눈에 띄게 볼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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