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재범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조 전 코치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국체육체대학교 빙상장 등 7곳에서 심석희 선수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고발로 드러나기 시작한 체육계 성폭행은 고구마 줄기 같았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고, 지속적으로 반복돼왔다는 사실이 충격을 줬다. 심 선수 역시 조 전 코치가 초등학교 때부터 절대 복종을 강요했고, 성폭행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심 선수 이후 많은 선수들이 성폭행 피해사실을 알렸고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가해자들이 너무 당당하다는 것이다. 조 전 코치 역시 아직도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자신만 재수 없게 걸렸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전 코치의 이런 태도는 체육계 전반에 성폭행이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를 대변한다. 체육계 성폭행 가해자들의 특징이 한 가지 있는데 모두 피해자에게 ‘꽃뱀 프레임’을 씌운다는 것이다.

체육계 성폭력을 고발한 바 있는 한 교수는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내 체육계는 성폭력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조재범 한명만 괴물이 아니라 그런 괴물을 만드는 구조를 깨야 한다면서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추진력 있게 해결해 나갈 컨트롤타워가 없음을 꼬집었다.

올 초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했지만 체육계 전담 성폭력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구성돼 움직이는지 의문이다. 범정부 차원 성폭력 컨트롤타워인 여가부가 체육계까지 담당하긴 무리수가 있다. 체육계 특성을 간파해, 성폭력을 근절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범죄가 또 발생하는 이유는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전담 컨트롤타워가 가동되지 않는다면, 기회를 노리는 괴물들은 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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