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피할 수 없는 한판, 검찰과 경찰 간 전선이 지속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중이다. 평상일을 수행하면서도 상대에게 칼날을 겨누는 형상이지만 두 조직에서는 “수사권 조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검찰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 기소하기 전부터 무슨 의도를 가지고 경찰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했고, 또 경찰에서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직 수뇌부를 겨냥해 사건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자의 구체적인 후보군이 나오는 시기라서 문 총장의 검경수사권 조정 발언이 수그러지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검찰과 법원을 향해 이례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직접적인 검·경수사권 조정 사안이 아니라 민노총 주도 불법 폭력시위에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과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자 “법질서를 퇴행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경찰이 올 들어 불법 집회와 관련해 민노총 조합원 20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의 영장 미청구, 법원의 기각 등으로 3명만이 영장이 발부된 데 대한 불만이다.

노조 등의 집회·시위가 많은 일선 현장에서 폭력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올해 들어 경찰에 신고된 전체 집회의 11.3%가 민노총 집회였고, 전체 집회 점유율 가운데 민노총의 집회는 현 정부 들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집회·시위 현장에서 노조원들과 경찰 간 치열한 몸싸움은 다반사였고 이 과정에서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다가 폭력 당한 경찰관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현실이니 경찰 총수로서는 “역사를 퇴행시키고 법질서 문화를 퇴보시키는 행위는 엄정하게 사법 조치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주장할 만하고, 폭력을 휘두른 노조원들에 대해 검찰과 법원의 관용을 질타하고 불만을 터트릴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의 일부 시각에서는 민 청장이 지난 3일 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건설 현장에서의 불법·폭력사태 유감 표현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과격 노조의 폭력행사가 어제오늘 발생한 일이 아님에도 민 청장이 날을 세운 데 대한 발언의 진정성과 타이밍이다.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로부터 폭행당할 때는 그 사실을 쉬쉬하다가 이제 와서 큰 소리 치고 검찰과 법원을 향한 유감 표시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인바, 검·경수사권 조정을 두고 일종의 제스처라는 말까지 나도는 지금이다. 국회로 넘어간 검·경수사권 조정이 앞으로 종결될 때까지는 검찰과 경찰 간 별난 일들이 계속 쏟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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