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WHO 게임중독 질병으로 분류, 국민 건강권은 지키되 산업은 육성해야
[IT 칼럼] WHO 게임중독 질병으로 분류, 국민 건강권은 지키되 산업은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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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을 알코올·마약 중독과 같은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한 개정안을 194개국 대표들의 반대 없이 통과시켰다. WHO는 게임중독을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이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했다. 이번 개정안이 2022년 1월 발효되면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국제 비교를 해 가면서 정책수립과 예산집행이 가능해진다.

게임중독 질병분류에 대해 국내 이해관계자의 의견은 대립하고 있다. 학부모 단체와 교육계 등에서는 게임중독을 치료 대상으로 본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게임의 사행성·폭력성으로 인한 폐해가 많은 건 사실이다. 수면 부족과 활동 부족에 따른 신체건강상의 문제, 사회적 고립, 공부와 직무수행 방해, 대인관계 갈등의 문제도 부각되어 왔다. 또한 사행성을 가미한 확률형 아이템 게임의 경우 도박과의 경계가 모호하다. 의료계는“게임에 중독되면 알코올·약물 중독처럼 두뇌활동이 저하되고 감정조절을 제대로 못해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이번 조치로 적극적인 예방·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 게임관련 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강력한 유감과 더불어 도입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청소년들의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죄의식을 느낄 수 있고 게임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창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업계는 게임을 죄악시하는 과도한 조치라고 반발한다. “충분한 연구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게임중독세’를 비롯한 각종 산업 규제가 신설될 가능성도 크다”라는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사실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는 국내 게임업계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악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중독의 질병 규정에 따라 2023~2025년(3년간) 국내 게임업계가 입을 경제적 손실을 10조여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87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게임산업은 이동통신 5G(5세대) 시대를 이끄는 핵심 고부가가치의 성장 동력이다. 글로벌 게임시장은 규모가 150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의 10%, 전체 콘텐츠 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정부 부처 간의 의견도 엇갈린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2025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시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해 관련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고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제한하게 되고 게임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된다며 부정적이다. 게임 자체는 질병이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특정 인지능력 향상 등의 장점이 있다. 따라서 게임으로 인한 폐해는 막아 국민 건강권을 지키면서 게임을 즐길 권리, 게임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 ‘게임 강국 한국’, 수출 효자산업의 위상을 살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내에서 관계 부처는 물론이고 보건의료 및 게임 업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 간에 과학적 연구와 근거 등을 토대로 활발히 논의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게임에 대한 규제강화 보다 청소년이 쉽게 게임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 게임중독은 가정 내 부모 공백, 과도한 학업 부담, 놀이 부족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게임중독 예방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게임업계도 미래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자정 노력을 통해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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