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일주문 앞에 종교화합을 염원하는 성탄트리가 세워졌다. 조계종은 지난 10년 동안 성탄절을 축하하기 위해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성탄트리를 점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수록 불거지는 개신교, 불교 간 갈등의 고리를 풀어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불교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불교계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으로 고조된 정부와 불교계, 불교계와 개신교 간의 불신의 벽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차기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가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처치스테이(Church Stay)’ 추진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불교와 개신교 간 갈등에 다시 불을 지폈다.

템플스테이(Templestay)는 한국의 전통사찰에 머물면서 사찰의 일상생활을 체험하고 한국불교의 전통문화와 수행정신을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불교계는 170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문화재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문화재 관리와 보호 차원에서라도 불교계에 국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불교계 또한 불교의 부흥과 포교활동이 템플스테이의 주된 목적이 아니라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번 예산 삭감을 종교편향이라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 정권보다 배 이상 증액된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개신교계 또한 마찬가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은 이런 곳에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사랑과 용서, 희생을 외치는 개신교에서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똑같이 따라가려 한다면 절대 종교 간 상생과 화합은 있을 수 없다.

불교계든 개신교계든 종교는 무엇보다 인생의 안녕과 평안을 위한 것이며, 그 종사자들 또한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종단의 배를 불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심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되며, 종교편향으로 끌고 가서도 안 된다.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며, 자신의 종교를 위한 것인지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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