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130㎝·몸무게35㎏로 선수 생활 시작

역도 시작 계기 “새로운 배움의 즐거움”

1년의 공백기 후 ‘코치’의 길로 들어서

앞으로 목표 “선수들의 배움 환경 조성”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한민국 역도계 12년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역도 69㎏급에서 2위에 오르며 국민에게 올림픽 은메달을 안겨줬던 ‘작은 거인’ 이배영 전 역도선수(현 종로구청 여자 역도 감독)가 천지TV의 보이는 라디오 ‘운동극장’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자리했다.

어린 시절 천진난만하고 ‘장난끼’ 넘쳤던 그가 “너 이리로 와봐”라는 학교 선생님의 한 마디에 역도 선수의 길을 걷게 된 사연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회 도중 근육경련 속에서도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웃어 보일 수 있었던 진짜 이유까지 이배영 감독의 삶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역도를 시작한 건 14살이었어요. 그때 제 키가 130㎝이었고, 몸무게는 35㎏ 나갔죠. 친구들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이었어요.”

작은 체구는 고사하고 한참 허약해 보였던 탓에 그를 걱정한 부모님이 태권도 학원을 보낼 정도로 운동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던 이 감독이 역도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가 다닌 중학교에 역도부가 생기고 나서다.

이 감독은 “역도부가 생기고 체육시간에 학생선수를 선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마침 ‘주번’을 서고 있어서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평소 나의 활동적인 모습을 눈여겨봤던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교하는데 교문 앞에서 역도 선생님이 ‘너 이리로 와봐’라고 말하며 불렀고, 테스트 받아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며 “그 길로 역도를 하게 됐는데 운동이 좋아서 했다기보다는 ‘역도’라는 것에 호기심이 컸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 좋아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은 역도 선수를 하겠다는 그를 말렸으나 이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촌에서 자라서 산을 자주 오르내렸고 그러다보니 기초 근력이 있었다”면서 “체구는 작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중량을 들었다. 성적도 생각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천지TV의 보이는 라디오 ‘운동극장’ 화면 캡쳐. ⓒ천지일보 2019.6.3
천지TV의 보이는 라디오 ‘운동극장’ 화면 캡쳐. ⓒ천지일보 2019.6.3

학창시절 역도에 ‘올인’했던 그는 2000년 그토록 꿈꿔왔던 국가대표가 됐다. 이 감독은 “그때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면서 “그 당시만 해도 국가대표 트레이닝복을 선물로 주면 ‘이 귀한 것을!’ 하던 때였다. 누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 혼자 뿌듯한 느낌이 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남자 역도 은메달을 국민에게 안겨줬던 이 감독은 그 다음 올림픽이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근육경련으로 인해 금메달을 놓쳤다.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그는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그에게 ‘세계인에게 한국인의 끈기를 보여줬다’는 평가와 찬사가 쏟아졌다.

이 감독은 끝까지 웃어 보일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해탈의 경지였다”고 말해 웃음을 주더니 곧 진지한 표정으로 “아테네 올림픽보다 2배의 노력을 들여 열심히 연습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고 웃을 수 있었던 진짜 이유를 설명했다.

2012년도에 역도를 그만두고 1년간 고민과 무료함에 휩싸였던 그는 활동적인 생활이 자신에게 필요함을 깨닫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가 아니라 ‘코치’라는 새로운 운동의 길이었다.

그는 운동지도자로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선수 시절에는 혼자만을 보면 됐지만 코치가 되고 나니 나만 봐선 안 되고 선수들을 봐야 했다”면서 “상대방을 리드해서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무조건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지금 맡고 있는 선수들을 잘 가르치는 것, 그리고 선수들이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의 은퇴와 관련해 “선수 생활을 하다가 사회에 나가면 거의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나마 운동과 관련해 코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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