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숭이와 인간, 한 끗발 차이… 흥미로운 진화생물학 이야기
[기고] 원숭이와 인간, 한 끗발 차이… 흥미로운 진화생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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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과 교수

ⓒ천지일보 2019.6.2

집단 심리에 대한 정신분석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여러 종 중에서 자기가 최고라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원 같은 곳에서 원숭이가 먹이를 구걸하는 모습만 봐도 본능적으로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론을 발표한 후 한동안 사람들은 진화론이 인간을 원숭이의 후손으로 여기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분노와 조소를 동시에 보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사실 인간은 원숭이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100여종이 넘는 원숭이 무리 중 인간이라 불리는 원숭이의 한 종이다.

게다가 몇몇 종의 원숭이는 우리 인간과 굉장히 유사한 점이 많다. 따라서 진화론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인간이 원숭이의 후손이라고?’라는 말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동물분류학에서 원숭이는 나무 생활을 하는 포유류로서 그중에서도 영장목에 속한다. 현재 약 200여 종의 영장류가 있으며, 그중 140여종이 원숭이이다.

원숭이의 학명은 ‘아플로니엥’으로 납작한 콧구멍이 아닌 진짜 코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다시 콧구멍이 넓은 광비원류와 콧구멍이 작은 협비원류로 나뉜다.

우리 인간은 협비원류인데 여기에는 비비, 긴팔원숭이,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 80여종이 속해 있다. 협비원류는 다시 긴꼬리원숭잇과와 성성잇과로 크게 나눠진다.

인간은 꼬리 없는 원숭이, 즉 성성잇과에 속하며 여기에는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등이 있다. 이들은 매우 독특한 해부 구조 덕에 머리 위로 팔을 뻗거나 매달리는 동작을 할 수 있다.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원숭이들은 팔이 다리보다 더 길고 땅에서는 주로 네 발로 걷는다. 물론 인간은 두발 걷기 외에는 다른 이동 방법을 모두 버린 아주 특별한 경우이다. 이런 까닭에 인간들은 스스로를 아직도 나뭇가지에 매달려 사는 거대 원숭이들과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믿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는 그 믿음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종들을 분류하는 학문을 계통학이라고 하는데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를 고려한 분자 계통학의 최근 연구 결과 침팬지와 보노보가 고릴라보다 인간과 더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인간과 유전자가 98.2% 동일하다. 이 사실로 인해서 인간의 유연관계가 압축되었다. 즉 침팬지와 보노보는 인간의 형제인 반면, 고릴라는 침팬지와 보노보의 사촌이며 동시에 인간의 사촌이라는 것이다. 세 형제 중에 둘이 다른 하나보다 더 가깝다는 말이다.

어쨌든 인간이 다른 원숭이 종들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생물종임을 믿고 싶은 이들은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유전학은 이들이 서로 한 끗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또한 인간은 원숭이, 더 정확히 말하자면 꼬리 있는 원숭이 무리와는 거리가 먼 아프리카의 거대 원숭이들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나왔다.’라는 표현이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침팬지와 보노보의 형제라는 것은 500만년에서 800만년 전쯤 아프리카 어딘가에 살았던 단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뜻이다.

가족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게다가 침팬지와 보노보도 인간처럼 유머가 있고 웃기도 한다. 함께 웃으며 가족사진을 찍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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