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건너지 마시기를 끝내 강을 건너시어 / 건너다 물에 빠져 그만 돌아 가셨으니 / 임이여 원통하여라 어찌하리 이 일을… (公無渡河 公竟渡河 公墮而死 當奈公何)-

강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인간에게 큰 슬픔을 안겨 준다. 우리 가요의 원류라고 하는 ‘공후인가(箜篌引歌)’. 고조선시대 노인이 아내를 버리고 강을 건너다 빠져 죽은 슬픈 정경을 노래한 것이다. 어부 곽리자고가 이것을 보고 아내 여옥에게 들려주었더니 그녀는 공후인을 타면서 슬프게 노래를 불렀다. 

이 가요는 인기가 높아 진나라 때 최표가 지은 고금주(古今注)에 ‘조선 가요’로 기록되어 있다. 당나라 시선 이백(李白)은 이 노래를 보고 살을 붙여 또 하나의 장시(長時) ‘공무도하가’를 지었다. 중국인들은 공무도하가를 이백이 지은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노래 내용이 원작과 너무 다르다.

-(전략)…임이여, 끝내 물에 빠져 바다로 흘러가는구려(公果溺死流海湄) / 하얀 이빨 설산 같은 큰 고래 있어(有長鯨白齒若雪山) / 임이여, 임이여, 그 틈새에 걸려버렸구려(公乎公乎挂罥於其間) / 슬퍼하네, 끝내 오지 않음을(箜篌所悲竟不還)-

한강인 아리수는 삼국시대 패권의 각축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평가받은 아리랑도 아리수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여옥의 노래와 비슷한 구조다. 붙잡아도 뿌리치고 떠나는 임을 저주한 노래이면서 이별을 슬퍼한 것이다. 

다뉴브강은 요한 슈트라우스(Johann Strauss)의 왈츠 음악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로 유명하다. 이 곡도 오스트리아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진 다음 만들어진 곡이다. 황제로부터 슬픔을 딛고 우울함을 극복할 수 있는 곡을 만들라는 요청을 받고 이루어졌다고 한다. 다뉴브, 도나우, 두나브, 도나 등 이칭이 많은 것은 모두 라틴어 두나비우스(Dunavius)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항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는 북부 다뉴브 강 하류에 있다. 부다페스트는 ‘한권의 역사책’으로 불리며 어디를 가거나 역사의 잔영이 살아있다. ‘굳이 역사를 잊고 나아가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지독한 보수 도시다.

요한스트라우스의 음악이 흐르는 다뉴브강에서의 선상 유람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낭만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다뉴브는 항상 아름다운 추억만을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었다.  

한국인 단체여행객 33명이 탄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근처를 지나던 대형 크루즈선과 부딪혀 침몰했다. 이번 사고로 유람선에 타고 있던 한국인 2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 됐다. 관광객들을 실은 유람선의 이름이 ‘하블라니’였는데 인어(mermaid)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인어는 폭풍의 징조로 여기고 있으며 사고당일 강에는 비바람이 몰아쳤다. 야속하기만 한 하블라니의 저주였다.

희생당한 한국인들의 사연이 속속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가고 있다. 자녀 돌보미로 고생한 친정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효도여행을 떠난 가족도 참변을 당했다. 사고 발생지점인 다뉴브강변엔 추모 행렬이 강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기도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며 꽃을 강으로 던지는 소녀들도 있다. 주한 체코 대사관 앞에도 많은 촛불과 꽃들이 놓여졌다. 

사고 선박에는 구명보트나 조끼마저 없었다고 한다. 선박회사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됐다면 많은 희생이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세월호의 악몽이 가시지 않는 한국은 다시 바다와 강을 운항하는 선박의 안전에 철저한 대응이 있어야겠다. 다뉴브에서 비극을 당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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