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좋아하는 정치인의 발언은 때로 자신에게 족쇄를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회 내에서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이 설화사건(舌禍事件)으로 번져 당사자가 곤욕을 치른 사례도 과거 정권에서 있어왔던바, 그 대표적인 사건이 1975년 10월 8일 발생한 신민당 소속 김옥선 의원의 설화사건이다. 김 의원은 그날, 제9대 국회본회의에서 세계적인 정치학자 ‘뉴만’의 독재체제의 통치기술의 특징을 들면서, 박정희 정권의 끊임없는 전쟁위험 경고 발언 속에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구호는 안보를 앞세운 발상이라고 신랄히 비판했던 것이다.

이 말에 당시 여당에서는 “국회법을 어기고 대통령을 모독했다”며 징계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징계 표결을 위한 본회의 직전 김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 일단락 지어졌으니 이른바 ‘김옥선 의원 파동’인 바 유사 사례가 하나 더 있다. 1986년 10월 14일 제131회 정기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의에서 신한민주당 유성환 의원이 ‘국시는 반공이 아닌 통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구속됐으니 이는 국회의원이 회기 중 원내발언으로 구속된 최초의 사례였다. 두 사건은 의정단상에서 행해진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성 발언이었고, 보기 나름에는 두 의원이 국민과 역사 앞에 밝힌 정치인의 소신 발언으로 비쳐지긴 했으나 의원직 사퇴를 몰고 온 의정 불행사이다.

다중이 청취하는 공석에서의 발언은 발언자 개개인의 책임이 따르므로 신중해야한다. 설령 실상과 사리에 맞다 하더라도 국격을 낮추고 타인의 인격을 헐뜯는 등 인기성 발언은 자제돼야 할 터에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비교해 언급한 최근 발언은 논란이 크다.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사과했지만 한국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고, 당사자는 여론 비판에 불쾌해하고 있는 중이다.

정 의장은 “(김정은의) 그런 야만성, 불법성, 비인간성, 이런 부분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는 자신의 발언을 놓고, 인사권자로서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한 얘기라며 “악의를 가지고 왜곡하려는 사람이 큰 문제”라며 불평했다. 아직 설(說)만 나돌 뿐 확인되지 않은 언론사의 보도를 이용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 문제를 꺼내들고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김정은이 나은 면이 있다”는 그의 확정적인 단언은 국익을 해치고 나라를 망신시키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당사자는 막말에 대한 한 마디 사과 없이 여론과 국민 탓을 하고 있으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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