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존하는 대한민국은 목숨 바쳐 조국수호에 앞장섰던 애국선열의 피땀 어린 노력의 산물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의 조국이 있게 한 애국선열의 우국충정의 정신을 현창하고, 선양‧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야 한다. 그들이 세상의 배려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저한 불공정이다. 패권몰이에 몰입한 정치권을 깨우는 힘이 바로 멸사봉공‧충의용감의 일념으로 조국을 지킨 애국유공자의 정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킨 전쟁유공자가 민주화유공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것은 아닌지? 국가유공자의 대상을 정함에 있어서 진정 조국을 지킨 자인지에 대한 심사기준이나 평가지준이 뚜렷한 원칙과 기준이 없이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녹비에 가로왈자식으로 유공자를 선정한 것은 아닌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사이비 애국자 때문에 진정한 애국자가 도매금으로 매도되거나 저평가되는 일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시대에 따라, 권력의 부침에 따라 애국자가 매국노가 되고 매국노가 애국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성을 띈 한 사건이 장기간 정리되지 않고 네 탓 내 탓 하면서 방치한 상태에서, 불행하고도 아픈 역사적 사건을 서로가 아전인수식으로 고무줄 늘리듯이 유공자를 늘리거나, 또는 엄연한 업적이 있음에도 이념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현재기준으로 요건에 부적합하다고 방치하거나, 이미 부여한 보훈자격을 박탈하는 등은 결국 국가보훈업무의 신뢰성을 까먹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에 신중을 요한다. 그런 식의 아전인수식 보훈행정은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는데 역행하는 것으로서 그런 일은 결코 나라가 할 일이 아니다.

조국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다한 자에게는 응분의 보훈혜택이 돌아가는 일은 너무나 지당한 일이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보훈행정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보훈정책에 대한 불신은 궁극적으로는 국론분열을 가져 오는 동인이 된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자에게 최상의 예우를 갖추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이 땅에 살아남은 국민은 애국선열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더욱 튼튼한 선진조국을 지키고 만들어 가야 한다. 국가유공자를 잘 예우하는 것은 국가운영의 기본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과업이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공적사실 그대로 평가받고 예우하는 보훈정책의 공정성‧형평성이 요망된다.

진정 국가유공자를 잘 섬기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보훈정책의 우선순위가 다른 어떤 정책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 둘째, 국가보훈대상자의 선정의 객관성‧공정성이다. 엿장수 마음대로식의 대상자 선정은 금물이다. 셋째, 국가보훈정책의 방향이나 방법에 있어서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직역에 대한 예우가 우선적이어야 한다. 넷째,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경계해야 한다.

최근 국방의 의무에 대한 편견이 심화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평화를 외치는 과정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이 죄를 짓는 것처럼 현역군복무에 대한 무관심 또는 국민정서적 홀대는 막아야 한다. 더 이상 국가보훈업무가 정쟁의 대상이 되거나 정파적 이익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공정하고 공평하고 형평한 정의로운 국가 보훈행정을 통해 먼저 가신 애국선열들의 거룩함을 기억하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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