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인 말레이시아 환경장관이 28일 포트 클랑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밀수 쓰레기들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열어 보이고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부자 나라의 쓰레기 하치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쓰레기 3000t을 원래 국가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여비인 말레이시아 환경장관이 28일 포트 클랑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밀수 쓰레기들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열어 보이고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부자 나라의 쓰레기 하치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쓰레기 3000t을 원래 국가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 세계 폐기물 전반을 수입하던 중국이 이를 중단하면서 갈 곳을 잃은 선진국 쓰레기가 동남아시아로 밀반입되면서 동남아 국가들이 선진국과의 쓰레기 전쟁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과 가디언,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페낭주 버터워스 항에는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이 단긴 컨테이너 265개가 방치돼 있다.

컨테이너 하나당 적재 가능한 중량이 28t이란 점을 고려하면 폐기물의 양은 최대 7420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디 이스마일 페낭주 세관 국장은 “컨테이너의 절반 이상은 캐나다에서 왔다. 나머지는 미국, 벨기에, 독일, 홍콩, 일본 등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부터 갑작스레 폐기물이 담긴 컨테이너의 반입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면서 “컨테이너 265개 중 149개는 (품목 등에 대한) 신고가 잘못됐고, 나머지는 아예 미신고된 화물”이라고 덧붙였다.

페낭주 세관은 수입업체에 컨테이너 하나당 1천 링깃(약 28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연방정부에 배출국으로 반환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쿠알라룸푸르 인근 포트 클랑 항에서 3천t 규모의 선진국발 폐기물이 담긴 컨테이너 60개가 발견됐다면서 전량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29일에는 불법 폐기물이 실린 컨테이너 5개를 스페인에 돌려보내기도 했다.

중국이 작년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이래 동남아시아에선 선진국의 유해 폐기물 수출이 민감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중국 대신 동남아 국가들에 쓰레기를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는 중국행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 가량인 연간 300만t 이상이 동남아 국가들로 향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캐나다 민간 기업으로부터 수출된 2000t 이상의 쓰레기가 마닐라 근교 항구에 5년이나 방치된 것이 외교문제로 비화했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캐나다가 유독성 폐기물을 수년째 가져가지 않자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언급하며 조속한 회수를 요구했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캐나다 주재 자국 대사와 영사들을 전격 소환했다.

캐나다 정부는 결국 지난달 31일 화물선을 파견해 2013∼2014년 필리핀에 밀반입된 폐기물이 담긴 컨테이너 69개를 되가져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난해 수입량이 전년 대비 141% 증가한 28만 3000t에 달했다. 인도네시아는 유해 폐기물을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로 속여 자국에 반입하는 정황이 파악되자 폐기물 수입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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