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무더위 쉼터. 1일 방문한 쉼터에는 찾은 이가 그리 많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다 ⓒ천지일보 2019.6.2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무더위 쉼터. 1일 방문한 쉼터에는 찾은 이가 그리 많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다 ⓒ천지일보 2019.6.2

무더위 쉼터 전국 4만 곳 넘어
“실효성 없어 정부서 관리 필요”
“‘무더위 쉼터’란 말 처음 들어봐”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이름만 무더위 쉼터지. 사실은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그냥 무늬만 쉼터일 뿐이에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무더위 쉼터 앞을 지나가던 시민 김용례(가명, 42, 여)씨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무더위 쉼터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다”며 “늘 이 앞을 지나지만 쉼터 안에 사람이 있는 걸 잘 본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전국적으로 한낮 기온이 33도를 웃돌면서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갑자기 빨리 찾아온 더위에 사람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 나가기 위해 시원한 곳을 찾아 나서기 급급했다. 장기간 밖에 있으면 어지럼증과 탈수 증세 등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노약자들은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될 시 일사병과 열사병 같은 온열 질환에 걸리기 쉽다.

정부는 폭염이라는 재난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자 여러 대책을 세우고 시행 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더위 쉼터’이다.

무더위 쉼터는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해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지정해 놓은 쉼터를 말한다. 무더위 쉼터는 행정안전부에서 전국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주로 복지회관, 마을회관, 보건소, 주민센터, 노인시설, 면·동사무소, 종교시설, 금융기관, 정자, 공원 등이 주요 쉼터가 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공식 발표를 보면 전국에 4만 5284곳의 무더위 쉼터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더위 쉼터를 찾는 방법은 행안부에서 관리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접속해 도시와 동네를 선택하면 그 근처 쉼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낮 기온이 25도 이상을 웃돌며 초여름더위가 찾아온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다리 아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낮 기온이 25도 이상을 웃돌며 초여름더위가 찾아온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다리 아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2

기자가 이날 방문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무더위 쉼터는 70세 이상 어르신 몇 분만이 이용할 뿐 다른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쉼터 이용객 중 한 어르신은 “있을 곳이 없어서 왔다. 여기(무더위 쉼터)는 더위를 피해서 오는 곳이라기보다 혼자 있는 노인들이 주로 모여서 수다 떠는 곳”이라고 말했다.

방문한 또 다른 무더위 쉼터는 드나드는 인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 무더위 쉼터 관리 관계자는 “특별히 폭염 주의보나 폭염 특보가 내려지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아주 심하게 더운 날이라 할지라도 사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박성진(29, 남, 서울 용산구)씨는 “더위를 피하려 굳이 무더위 쉼터까진 잘 찾아가지 않는다”며 “차라리 인근 카페나 집에 있는 것이 효율적이다. 굳이 왜 무더위 쉼터까지 찾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무더위 쉼터 사용에 대해 의아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더위 쉼터의 취지는 좋지만 사람들을 끌어 들이지 못한 현실을 두고 우려를 숨기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옥순(가명, 52, 서울 용산구 청파동)씨는 “제가 실제로 무더위 쉼터 한 곳을 가봤는데 관리가 제대로 안돼 쉼터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며 “정부에서 폭염 예방 대책으로 무더위 쉼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관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무더위 쉼터에 대해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었다.

김은희(26, 여)씨는 “무더위 쉼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 생소하다”며 “정부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 같다. 무더위 쉼터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인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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