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韓책임" 억지주장..정부 "증거 있다"
北우라늄 농축.6자재개 해법 놓고도 대립각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둘러싸고 외교적 대치구도를 형성해온 한.중 관계가 급격한 난기류를 맞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재개 해법과 북한 우라늄 농축활동을 놓고 한.중이 가파른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중국 불법조업 어선의 전복사고를 둘러싼 공개적 외교전까지 등장하면서 양국간 외교적 갈등전선이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이 같은 갈등기류가 외교적 노력으로 적절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자칫 센카쿠<尖閣>열도를 둘러싼 중ㆍ일 갈등과 같이 대형 영해분쟁으로 확전되거나 아니면 과거 '마늘파동'과 같은 사태가 파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장위(姜瑜)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불법조업 어선의 전복사고와 관련해 "한국은 전력을 다해 실종 선원 구조에 나서고 사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어떤 해역에서든 어선에 충돌해 인명 피해를 내는 것은 생겨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측은 자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63t의 중국 어선이 3000t의 한국 해양경비함을 들이받을는 일은 발생할 수 없으며 ▲합법적인 어로수역인 한중 잠정조치수역에서 우리 경비함이 불법단속을 했다는 요지의 억지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은 특히 이번 침몰사고와 관련한 책임자 처벌과 인명.재산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무리한 대응은 중국 내부의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관측과 함께 지난 20일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에 반대해온 중국측이 어선 침몰사고를 빌미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중국어선의 충돌 및 전복은 우리의 정당한 법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특히 선박의 침몰은 중국어선이 직접 부딪혀서 전복된 것이지 우리 경찰이 물리력을 가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을 우리 해경 경비함이 추적ㆍ단속하는 과정에서 인근지역에 있던 요영호가 자국어선을 보호하려고 우리측 경비함과 충돌, 전복했다는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특히 "해경이 지난 20일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불러 사고현장을 담은 비디오와 레이더 사진, 중국 선원들의 진술을 모두 보여줬다"며 "중국은 '잠정조치수역'에서 일어난 점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그 이상의 얘기는 없었고 체포된 선원들에 대해 강압적인 수사를 안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측의 억지주장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객관적 증거와 자료를 제시하고 중국측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한국과 중국 양국에 바람직하지 않고 한중간 협력사업이 와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싸고도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장위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와 9.19 공동성명의 원칙에 따라 핵을 이용할 권리가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진행중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이 경수로 발전이라는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북한측 주장을 두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다하고 난 뒤 핵에너지의 평화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돼 있다"며 "중국의 주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지만 9.19 공동성명의 전제조건 및 취지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핵활동은 북한이 뭐라고 얘기하던지 간에 9.19 공동성명과 관련 안보리결의에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또 6자회담 재개해법을 놓고도 조속히 6자회담 국면을 전환하자는 중국과 5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대화재개에 응할 수 있다는 한국의 입장이 맞서며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이 남한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반격을 가하지 않은 것이 동북아 평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북한이 대외 개방의 노선을 걸을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만들어주면서 6자회담으로 돌아가 밑바닥에서 시작하더라도 서로의 눈을 마주보면서 난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대화가 시간을 끄는 도구일 수는 없다"며 "생산적인 대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외교현안을 둘러싸고 양국의 전선이 확산되면서 자칫 한.중관계에 치명타를 주는 의외의 대형악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양국의 갈등을 적절히 관리.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해결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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