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장미 - 허윤설
[마음이 머무는 시] 장미 - 허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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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허윤설

 

울타리 사이로
빠져 나오고
담을 넘다
딱, 걸렸다

줄줄이 빨개진 얼굴들
햇살이
가시처럼 따갑다.

 

[시평]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담장마다 넝쿨장미가 그 붉은 얼굴을 드러내는 계절, 오월. 이제 막 타오르고 있는 오월 햇살 속 장미는 그 빨간 빛을 자랑하며 수즙은 소녀 마냥 울타리 사이로, 또는 담장 너머로 그 붉디붉은 모습을 내보여 주고 있다. 마치 막 타오르는 그 마음, 어찌 하지 못하고, 그만 울타리 사이를, 혹은 담장을 넘어 빠져 나오려는 어리디 어린 소녀들 마냥.

그래서 막 담장을 넘어, 울타리 사이로 빠져나오려 하다가, 그만 딱 걸리고 만, 그래서 얼굴이 빨개진 계집아이들 마냥 장미는 빨개진 얼굴로 오월의 밝은 햇살을 받으며 줄줄이 담장 위에 자리하고 있다.

오월 어느 골목길을 지나다가 문득 만난 장미의 그 모습. 우리의 어린 시절, 마을의 소녀들이 아버지 몰래, 또는 어머니 봄 햇살 따라 몰래 놀러나가려고 사립문을 살짝 열고 나가다가, 그만 아버지에게 딱 걸려 주춤하고 멈춰 선, 그래서 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모르는 그 소녀들 마냥, 햇살이 가시 마냥 따갑게 떨어지는 오월, 장미들은 담장 위로, 또는 울타리 사이로 줄줄이 그 붉은 마음을 내보이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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