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중국 어선의 서해 침몰사고가 한국과 중국 간에 외교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당초 한중 당국 간에 '조용한' 교섭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중국이 돌연 공개적인 여론전에 나서면서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북서방 72마일 해상에서 중국 어선인 요영호(63t급)가 불법어로를 단속중이던 우리 해경 경비함(3천t급)과 충돌해 선원 2명이 사망하고 실종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서울에서 한중 당국간 교섭이 진행돼왔으나 중국이 21일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국을 공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제의 침몰 어선은 불법조업을 하지도 않았다면서 침몰사고와 관련해 책임자 처벌은 물론 인명.재산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폈다.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했느냐 여부와 어떤 경위로 사고가 발생했는 지를 따지는 게 선행돼야 하지만 중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해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가 횡행하는 탓에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 한중 양국이 당국 차원에서 사고 경위에 대한 충분한 의견 교환을 거치고 나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왔다는 점에서 장 대변인의 다짜고짜 식 여론전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사고 직후 중국 내 유력 포털 등을 통해 누리꾼들이 자국 어선의 서해 침몰사건을 언급하고 환구시보가 불만을 표시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장 대변인의 공개적인 여론전으로 인해 자칫 중국내에서 한국에 대한 여론악화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측은 중국의 이런 비(非) 이성적인 행동에 준비없이 대응할 경우 오히려 당할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섣부른 대응으로 지난 9월 7일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 부근 해상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 경비정을 들이받아 선장이 억류되면서 조성된 중ㆍ일 갈등과 같은 대형 사건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린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는 전언이다.

사실 이번 사고의 개요는 중국어선 50여척 가운데 일부가 우리 측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다가 이를 단속하는 우리 해경 경비함의 추적을 받았고 침몰 어선인 요영호는 합법적인 곳에서 조업을 하고 있었으나 추적당하는 자국 어선을 보호하려고 진로를 가로막다가 우리측 경비함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요영호는 우리 법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되는 행동을 한 셈이고 그 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는 게 우리 측의 설명이다.

다시말해 중국 어선들이 우리 측의 EEZ 내에서 불법어로를 하다가 한중 잠정조치수역으로 도주한 것이어서 해당 어선들을 추적해 단속할 권한이 있을뿐더러 여기에 공무집행방해 행위까지 따져야하지만 중국 측은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중국은 아예 자국어선들의 불법조업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63t의 어선이 3000t의 경비함을 들이받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측은 특히 합법적인 어로수역인 한중 잠정조치수역에서 우리 경비함이 불법단속을 하고 요영호를 들이받아 침몰케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중국의 이 같은 막무가내식 대응이 지난 20일 우리 군이 연평도 부근에서 해상사격훈련을 강행한 직후에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연평 포격도발 사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워온 우리 측에 중국이 어선 침몰사고를 빌미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어 침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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