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일본의 국토지리원이 88년 만에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지형도를 간행했다. 이처럼 일본이 러-일 영토 분쟁에 ‘쉼표’가 아닌 ‘전진’을 선택하면서 양국의 신경전이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국토지리원은 쿠릴열도 지형도를 작성해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 지형도에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쿠릴열도의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候>), 하보마이(齒舞) 등에 대한 자료가 수록됐다.

그동안 일본은 쿠릴열도 남쪽 4개 섬을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 때문에 이 지역 지형도를 간행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관측위성 ‘다이치’를 발사하면서 지형도 작성이 가능하게 된 것.

문제는 지형도가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이다. 남북 대치 국면이 계속되면서 한・미・일 대 북・중이라는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고개를 내미는 시점에 일본이 러시아를 자극하며 동아시아권의 ‘대결’을 부채질하고 있는 꼴이 됐다.

특히 이번 지형도 간행을 통해 일본이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표면 위에 있는 모든 대상물의 배치 상황을 자세하고도 정확하게 나타낸 지도인 지형도는 일반적으로 자국의 영토를 대상으로 한정해 작성된다. 따라서 일본의 이번 지형도 발간에는 ‘북방영토는 일본 땅’이라는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계속 내겠다는 속내가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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