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 부자의 6가지 실천 덕목>

01 과거는 보되 진사(進士) 이상은 하지 마라
   -지식은 쌓되 현실적 이익을 위해 과욕하지 마라.

02 만석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마라
   -과욕을 부리지 말고 서로 윈윈(win-win)하라.

03 과객(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도 항상 외부인들과 네트워크에 힘써라.

04 흉년에는 재산을 모으지 마라
   -남의 어려움을 빌미로 부를 독식하지 마라.

05 사방 1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모두와 함께 나누는 삶을 유지하라.

06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살림 사는 사람이 먼저 검소와 절제를 실천하라.

국내 슬로시티 8곳, 고유의 자연·전통미 고스란히 간직해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전남 완도군·장흥군·담양군·신안군과 충남 예산군, 경남 하동군에 이어 전주시 한옥마을과 남양주시 조안면이 세계슬로시티에 지난달 지정됐다. 국내 슬로시티는 총 8곳으로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다.

슬로시티는 극심한 재해 등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만들어진 공동체다. 이탈리아 중심으로 활성화된 슬로시티는 현재 유럽 전역으로 운동이 확산돼 유럽인들에게는 생활화됐다. 이러한 운동을 유럽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지구촌 모두가 참여하자는 데 동의하고 나섰다. 국내 역시 한국슬로시티본부를 중심으로 2005년부터 이뤄진 물 밑 작업을 통해 슬로시티 지정에 힘쓰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슬로시티 굴와(Goolwa)에 따르면 슬로시티의 매력은 ▲자연존중 ▲지역공동체의 의사결정 ▲지역 생산제품과 비즈니스 지원 ▲지속가능한 미래 건설 ▲지역공동체 연결망 ▲건강한 생활양식 유지 ▲고령자 존경 ▲토종식품 보존 ▲유산 보존 ▲삶의 질 고양 ▲재래시장과 특산품 등으로 볼 수 있다.

한국슬로시티본부는 여유롭게 사는 것은 한국의 전통적인 삶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경주 최 부자의 6가지 실천 덕목은 슬로시티운동의 좋은 실천 사례다.

▲ 국내 유일의 슬로시티 도서인 완도군 청산면의 산책길 (사진제공: 손대현 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의 저서 <슬로시티에 취하다>)
국내에서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은 비지정된 곳과 다르다. 큰 상점보다 작은 상점과 중소·가내기업이, 슬로푸드 활성화 및 속도제한 교통표지판 등 일반 도시지역과 달리 자연과 부합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뤄야 한다.

▲ 신안군 증도면은 국내 최대 갯벌염전이 펼쳐져 있다. (사진제공: 손대현 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의 저서 <슬로시티에 취하다>)

◆증도,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갯벌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은 국내 최대 갯벌염전이 펼쳐져 있다. 이곳의 천일염과 갯벌소금은 한때 화학소금, 더 나아가 골프장에 밀릴 뻔했으나 웰빙 바람을 타고 생명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세계슬로시티연맹의 관계자들은 갯벌염전이 세계 인류의 생명을 위해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며 세계슬로시티로 지정했다. 특히 옛날 소금창고로 사용됐으나 버려진 창고가 소금박물관으로 개조·보존돼 지금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청산, 푸른 바다의 아름다운 섬

전남 완도군 청산면은 국내 섬들 가운데 지정된 유일한 슬로시티이다. 섬 전체가 전래동화책에서 나올 법한 마을로 평가받고 있는 이곳은 끝없이 펼쳐지는 낮은 돌담길이 일품이다. 초록이 도서 전체를 덮었다는 게 과언이 아닐 정도로 푸르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며 매봉산·보적산·대봉산 등 해발고도 약 300m의 나지막한 산들이 첩첩이 들어서 있어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막아 준다.

◆유치, 표고버섯 향 물씬

전남 장흥군 유치면 18개 리 33개 마을과 장평 우산권역 6개 마을 주민들은 유기농법과 순환농법을 대대로 실천하고 있다. 비록 인분냄새가 진동하고 이곳저곳에 볏짚들이 흩어져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의 특산품인 표고버섯은 유치면 일대 소나무 숲에서 노지재배된 것으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창평, 고택의 풍류를 만나다

전남 담양 창평은 예부터 물과 햇볕, 평화와 풍류가 이어져 오던 곳이다. 특히 담양은 고택과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창평은 전남의 명문가 중 하나인 장흥 고씨의 집성촌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에 조국을 되찾기 위한 인재 양성으로 창흥의숙을 열어 근대식 교육을 실시했다. 이것이 창평초등학교로 이어졌으며 학교는 현재 개교한 지 100주년을 맞았다.

◆악양, 1000년의 향기 三香

경남 하동 악양은 다향(茶香), 문향(文香), 도향(都香)으로 도시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3가지 향이 있다. 천 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차나무와 이 차나무에 해마다 헌다례를 지내는 주민들, 산기슭에 숨어 지내는 야생차밭은 1200여 년이나 됐다. 이중환의 <택리지>엔 ‘지리산 남쪽에 화개동과 악양동이 있다. 두 곳 모두 사람이 사는데 산수가 아름답다’고 서술했다.

◆대흥, 애국충절의 고향

충남 예산군 대흥면은 국내에서 6번째로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했다. 예산은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애국충철의 고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윤봉길 의사의 생가와 최익현 선생의 묘소가 있으며,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택이 있다. 아울러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전주, 700채 전통한옥의 멋

전북 최초로 슬로시티에 가입한 전주한옥마을은 인구 4000여 명, 한옥 700여 채와 골목길은 국내 유일 최대 규모의 전통한옥촌이다. 이 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의 발상지이며,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전주비빔밥과 더불어 한지·한지공예품, 판소리·풍물놀이의 본고장이라는 이유로 지정됐다.

◆조안, 새가 편안히 깃드는 곳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은 ‘새가 편안히 깃들인다(鳥安)’라는 뜻을 지닌 고장으로 녹지와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토양이 잘 보존된 한국의 대표적인 유기농 도시로써 서울의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또한 생태공원인 연꽃마을과 유명한 먹골배 특산물, 짚풀공예품의 고장이며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조선시대 실용학문의 대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박물관이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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