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철근자재를 반입하려던 축사 사업주 측이 청원리 주민들의 완강한 저지에 막혀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공: 청원리살리기 보존위원회) ⓒ천지일보 2019.5.29
지난 24일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철근자재를 반입하려던 축사 사업주 측이 청원리 주민들의 완강한 저지에 막혀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제공: 청원리살리기 보존위원회) ⓒ천지일보 2019.5.29

“진주시·지수면, 주민의견 배제한 허가”

반대에도 공사진행, 철근자재차량 저지

市 감사관 “주민의견 수렴과정, 미흡해”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소 300마리 규모의 축사 건축이 추진되다 청원리 주민의 저지에 막혀 중단된 가운데 대체 후보지로 제안된 청담리에서도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청원리살리기 보존위원회에 따르면 진주시는 지난 2월 27일 청원리 외골 저수지 2800㎡ 농지에 마을주민들의 충분한 협의 없이 하촌 이장 동의만으로 축사 건립을 허가했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4월 중순. 축사 공사 사실을 뒤늦게 감지한 청원리 마을 상·하촌 주민은 결사반대로 맞섰다. 지난 16일 주민 50여명은 내골 삼거리 입구에서 ‘축사건축 결사 반대’를 외치며 무기한 집회에 돌입한 바 있다.

이들에 따르면 축사 인근 지수천은 청원리에서 청담리를 거쳐 남강에 합류하는 지방 하천으로 인근 400여 가구 주민들이 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청원리 상촌 이장 A씨는 “축사 사업주나 진주시는 아무런 공청회나 설명회 없이 300두나 되는 대규모 축사를 승인·추진했다. 공사할 때 주민들 동의가 전혀 없었다”며 “시는 하류 쪽 승산리에 관광 테마마을을 조성 중인데 축사가 생기면 오염될 수밖에 없다. 상반된 행정을 하는 시에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청원리 주민들의 반대 집회에도 불구하고, 지난 24일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철근자재를 반입하려던 축사 사업주 측은 집회하는 주민들의 저지에 막혀 그 시도가 무산됐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면서 지난 28일 오후 지수면장 등 관계자들은 축사 사업주와 타지역 후보지를 논의하고 지수천 하류에 해당하는 청담리를 후보지로 제안해 양측이 합의했다.

축사 사업주는 ‘청원리에 건축 허가는 났지만 지역주민들이 극심하게 반대하니 다른 후보지에서 허락만 한다면 이전 건축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번기로 농사가 한창인 지난 24일 주민 50여명이 집회 중인 청원리 삼거리에 모여 서로 의논하고 있다. (제공: 청원리살리기 보존위원회) ⓒ천지일보 2019.5.29
농번기로 농사가 한창인 지난 24일 주민들이 집회 중인 청원리 삼거리에 모여 서로 의논하고 있다. (제공: 청원리살리기 보존위원회) ⓒ천지일보 2019.5.29

같은 날 28일 저녁 청담리 주민들은 축사 건축 관련 마을회의를 열었으나 전원 반대로 가닥을 잡으며 청원리와 마찬가지로 ‘결사반대’의 뜻을 모았다.

이에 지수면장, 행정팀 관계자와 축사 사업주는 오는 30일 청담리를 찾아가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축사 건립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지수면 행정팀 관계자는 “이번에도 결렬이 되면 다른 후보지를 검토해보고 그것도 안 되면 기존 예정지에 축사를 추진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있겠나”라며 “그전까지 주민들과 축사주와 최대한 협의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건축허가에 대해 진주시 건축과 관계자는 “축사 허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환경관리과와 협의한 결과 오염이나 악취문제는 주거지역 300m 이상이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적법절차에 따라 허가가 났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청원리 마을주민들은 "진주시가 주민들의 동향보고서를 엉터리로 작성해 축사허가를 내줬다"며 이에 대해 경남도에 감사를 요청한 바 있지만, 며칠 전 다시 경남도에서 진주시로 이첩됐다.

진주시 감사관 관계자는 “주민들 의견 수렴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동향 파악 등은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닌 참고사항이다. 감사 결과 건축 허가 부분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건축 허가 행정은 주민들 삶의 터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만큼, 지역민의 의견수렴 과정은 필수적인 부분인데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식의 행정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지인 청담리에서 열릴 축사 건축 설명회에서도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로 간의 의견 차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