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지난 15일 늦은 저녁 부산 범어사에서 방화가 일어났다. 영남의 3대 사찰이자 천년고찰인 범어사에 있던 천왕문이 불이 붙은 뒤 3시간 만에 완전 소실됐다.

천왕문 CCTV에는 한 낯선 남성의 방화 장면이 촬영돼 경찰들이 이를 유력한 방화범으로 추정하고 1000만 원 현상금을 내건 채 긴급 수사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번 범어사에서 화재가 난 시기가 2011년 예산 삭감으로 불교계가 민감할 때 일어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템플스테이를 활용해 국가 차원의 사업을 추진하고자 불교계에 먼저 제안한 추진이었지만 이제 와서 예산 삭감 소식을 들은 불교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

불교는 이 같은 처사에 대해 뒤늦은 정부의 예산 지원도 거절했으며 면담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앞으로 종단 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또 불교는 이번 사안이 불거진 이유에 대해 일부 종교집단의 조직적인 방해라고 주장했다.

불교계가 지원예산을 거절하자 가장 먼저 환영인사를 밝힌 쪽은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였다. 대기총은 그동안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문화 사업을 적극 부인했고, 결과적으로 사업이 백지화로 돌아가게 돼 예산안 삭감 소식은 불교계에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 ‘범어사를 무너지게 해달라’는 4년 전 개신교 집회 동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실제 범어사 방화범이 개신교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당시 차기 후보였던 길자연 목사는 한기총·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한 것처럼 ‘처치스테이’를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정부 예산으로 템플스테이를 추진하는 사업에는 반발하면서도 교회는 상호 협의도 없던 예산지원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발설한 것에 대해 불교계는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화범이 누구인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신원이 밝혀진다고 해서 과연 우리 사회에 번진 종교 갈등이 쉽사리 해결될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작 갈등으로 빚어진 종교 간의 불꽃 튀는 접전이 대형 사태로 번지기 전에 정부가 먼저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조사해야 될 것이며 사전에 종교 간에 서로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조율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적인 분위기를 쇄신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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