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보수 개신교계가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 회원들이 서울광장 인근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지난 7월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보수 개신교계가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 회원들이 서울광장 인근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보수기독교계, 집회금지가처분신청 또 제기
주최 측 “축제 금지 요청, 집회 자유 침해”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보수 기독교계 반동성애 단체들이 오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성소수자들의 퀴어문화축제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퀴어 퍼레이드가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공연이라는 게 가처분 신청의 골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 장민주 판사는 28일 오후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반대 전국교수연합 등 4개 단체와 26명이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를 상대로 낸 집회금지가처분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문에서 반동성애 단체들은 서울광장에서 5년째 진행돼 온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해 ‘음란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노출, 음란성 있는 물건 판매 등으로 수차례 서울시의 지도를 받았지만, 행동을 개선하지 않았다. 올해도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면 아동·청소년의 출입이라도 막아 달라고 했다. 이들은 “같은 날 길 건너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인데, 이 집회에 아동·청소년이 많이 참석한다”며 “아직 성별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들어갔다가 동성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출입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축제 금지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신청자들에게 집회에 참석하라고 강요한 적 없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면서 아동·청소년 참여 역시 제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서울 퀴어 문화 축제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는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자긍심을 높이며 서로 연대하는 기회”라며 “청소년 성소수자 역시 이 축제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심어 주는 게 더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성(性 )소수자 최대 축제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성(性 )소수자 최대 축제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14

판사는 반동성애 단체들의 주장이 논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봤다. 그는 “퀴어 문화 축제를 보고 싶지 않다면 나서서 반대 집회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며 “스스로 반대 집회에 참여하면서 퀴어 문화 축제를 보고 싶지 않다고 개최를 금지해 달라는 것은 모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축제날이 오는 31일부터 6월 1일에 열리는 점을 고려해 이달 내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당하거나, 축제 관계자가 검찰에 고발당한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직위의 설명에 따르면 2015년 6월 ‘참여자가 속옷만 걸친 채 전신을 노출하고 공연히 음란행위를 했다’는 이유를 시작으로 2019년 5월 현재까지 4건의 고발과 가처분신청이 있었다.

2015년 당시 검찰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에서 규정하는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2016년 6월 ‘서울광장의 공연음란행위는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고 제기된 집회금지가처분 신청 역시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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