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중국여행을 하면서 수시로 한국 소식을 접해본다. 인터넷 창을 열어 국내에서 일어나는 정치․경제면을 보고, 또 특이한 일이 없나 사회면의 소소한 내용까지 살펴보는 게, 신문에 글을 쓰면서부터 외국에 나올 때마다 빠트릴 수 없는 일과가 돼버렸다. 해외로 여행 왔으면 시끄러운 국내의 정치상황 등을 잊고 좋은 풍광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을 찾아다니며 심신 휴양을 취할 만도 한데 명승지 여행 다니랴, 시간 내어 집필하랴 바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글도 쓰면서 낯선 지역을 다니며 이국의 풍물을 보고 경험하는 것이 내게는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살펴보니 여야가 티격태격하는 한국 정치상황은 아직도 그대로이고, 경제는 회생할 기미가 없으니 오리무중 상태다. 다른 게 없나 살펴보니 5월 20일자 국내신문에 난 ‘중국의 살기 좋은 도시’ 기사가 눈에 띈다. 마침 필자가 중국자유여행중인지라 관심을 갖고 보니 중국 부동산 사이트와 상하이사범대학 부동산경제연구센터가 공동발표한 ‘중국도시 거주지수보고서(2018~2019)’에서 조사된 35개 도시 가운데 쓰촨성 청두(成都)시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다. 그 뒤를 이어 선전(深圳), 베이징(北京), 시안(西安), 상하이(上海)순이었는데 다행히 이 5개 도시를 필자가 다 가본지라 이해하기가 쉬웠다.

우리나라나 중국지역, 또는 세계의 도시도 마찬가지지만 살기 좋은 지역을 따질 때에는 조사항목 또는 어느 분야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의 살기 좋은 곳을 말할 때 통상적으로는 쑤저우와 항저우를 꼽는바 ‘하늘에는 천당, 땅에는 소주․항주(苏州․杭州)’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중국 부동산 관련기관에서는 거주환경, 도시관심도, 주택구매 및 임대 원가, 생활소비 원가 등 4개 지표를 기준으로 삼은 조사에서 청두가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됐다.

아내와 함께한 이번여행에서도 청두와 시안에서 10일을 머물렀다. 인구 1600만명이 살고 있는 청두는 중국의 4번째 도시답게 거대한 곳이다. 잘 정비된 도로교통시설에 물가가 싸고 온갖 음식들이 즐비하다. 흔히 매운 맛의 대명사로 알려진 ‘쓰촨요리’의 명성대로 이곳 사람들이나 관광객들이 음식을 탐닉하곤 하는데 필자는 아직 미식을 탐할 그 정도는 아니어서 두보초당이나 인근에 있는 명승지 도강안을 구경하는 등 역사 문물에 관심을 가지고 돌아다녔다.

뒤늦게 시작된 중국여행이 벌써 스무 번째다. 처음 중국 땅을 밟아본 2007년 그 시기와 12년이 지난 지금과 비교해보면 중국의 발전상은 놀랍고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번여행에서 경험한 느낌만 해도 이루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여행 온 김에 중국이 자랑으로 여기는 만리장성의 맨 서쪽 끝 지역에 세워진 가욕관을 보러 갔는데, 북서쪽 황하고원에 위치한 깐쑤(甘肅)성의 작은 마을로 알고 거기로 가면서 낙후된 곳이라 “고생 좀 하겠구나” 내심 생각했다. 막상 그곳에 가보니 가욕관시는 인구 25만의 깨끗한 도시로 고속철도가 놓여져 있고, 잘 정비된 시가지, 아파트 건물과 도로망이 사통팔달로 돼 있어 놀랐다. 북경, 상하이에서 멀리 떨어진 황하고원 끝자락에 있는 지역에도 사람들이 넘치고 활기찬 모습이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렇게 외국여행하면서 자연경관과 잘 정비되고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필자는 우리나라와 곧잘 비교를 하게 된다. 중국 시골 소도시조차 사람들이 넘치고 오후시간이 되면 초등학교 정문 앞에 아이를 데리러 온 할아버지, 할머니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러한 풍경들을 자주 접하면서 ‘인구가 국부(國富)의 원동력’임을 실감하기도 한다. 또 젊은이들이 중국 사랑의 애국심이 대단하고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자긍심도 대단한 편이다.

만리장성이 시작되는 가욕관을 보고 고속열차를 타고 시안으로 오는 도중, 옆자리에 앉았던 젊은이가 생각난다. 시안에서 대학을 마치고 풍력회사에 다니는 그는 풍력시설의 관리와 신규 설치지역을 확인하기 위해 한 달에 보름 정도 중국 전역으로 출장 다닌다고 했다. 가욕관에서 시안까지 1,500km거리를 7시간 오는 동안 중국 사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기차가 섬서성으로 들어서자 지도상에서 연안(延安) 도시를 가리키며 중국공산당이 터를 잡은 혁명의 성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안정신(延安精神)이 곧 ‘중국 애국정신’이라고 했다.

애국(愛國)이라! 젊은이는 자신이 태어나 살고 있는 중국에 대해 그 말을 했겠지만 필자에게는 대한민국일진대 그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진다. 중국 도심 거리나 시설 곳곳에 부강, 민주, 자유, 평화, 애국 등이 씌어진 ‘사회주의 핵심가치관’ 홍보판이 많은데 그 내용을 볼 때마다 필자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가의 선동어로써 자유․민주니 하는 단어들이 자주 쓰일 뿐이지 우리사회에서 ‘애국․애족’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중국을 여행할 때마다 애국심에 기반돼 일취월장을 거듭하는 ‘중국몽(中国梦)’의 실현이 부럽기만 한데, 그럴 때마다 필자의 심중에는 한국의 안타까운 현실이 떠오름은 작은 애국심이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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