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천안지역 한 커피숍에서 천기총 관계자와 신천지 관계자가 성경공개토론을 위한 제2차 실무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제공: 신천지 천안교회) ⓒ천지일보 2019.5.28
지난 21일 천안지역 한 커피숍에서 천기총 관계자와 신천지 관계자가 성경공개토론을 위한 제2차 실무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제공: 신천지 천안교회) ⓒ천지일보 2019.5.28

개신교 언론 “신천지가 ‘성경 보지 말고 토론하자’해 결렬”

신천지 “마음에 새겨진 성경으로 토론하자 제안, 왜곡된 것”

천기총, 자료 동원해 신천지 이단 입증 목적으로 토론 제안

천기총 “성경 안 보는 토론 성구 못 외운다 망신 부를 수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천안기독교총연합회(천기총)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천안교회 간 성경공개토론회 성사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결렬 사유를 놓고 개신교 매체를 중심으로 신천지가 ‘성경을 보지 말고 토론하자’라는 주장을 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개토론이 결렬 된 것이라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신천지는 성경공개토론회에서 가장 중요한 성경을 제외한 상식적으로 납득이 불가능한 주장을 한 셈이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성경공개토론이 무산된 이유는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었고, 천안교회 측이 성경을 보지 말자고 한 이유도 따로 있었다. 그럼에도 개신교 보도들에서는 이러한 이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비난일색 개신교 매체들

소위 이단전문가로 통칭되는 인사 및 개신교 매체들은 공개토론결렬 책임을 전부 신천지 측에 돌리고 나섰다.

먼저 부산장신대 교수이자 현대종교 탁지일 이사장은 국민일보에 기고를 통해 “신천지가 공개토론을 거부한 표면적인 이유는 ‘성경을 보지 말고 토론하자’는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천기총과 신천지가 각각 제시했던 토론 주제들을 보면 대부분 성경 관련 내용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 없는 토론을 진행하자는 신천지의 주장은 토론 무산을 염두에 둔 행보로밖에 볼 수 없다. 만약 신천지가 자신들의 성경 이해와 교리체계에 떳떳했다면 최소한 신천지 신도들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천기총과의 공개토론 자리에 나왔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기독공보도 결렬 소식을 전하며 “공개토론 시 성경을 보느냐, 보지 않느냐 여부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천기총은 신천지 총회 측에 공개토론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유튜브를 통해 신천지 비방을 주로 하는 유튜버 윤모 전도사를 전문가로 칭하며 그의 말을 인용해 “신천지는 유리한 룰 안에서 (토론을) 이겨야 하는 조직”이라면서 “내용증명 등으로 공정한 룰과 주제를 제안하면 신천지는 토론 제의 자체를 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진짜 ‘성경 보나’ ‘안 보나’가 문제였나

오히려 지역 사회매체는 이 문제와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충남일보는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하며 먼저 지난 7일 1차 실무진 협의를 통해 공개토론을 열고 청중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 받고, 그 전에는 비방과 공격성 말과 행동을 하지 말자는 것에 쌍방이 동의했다는 전제 상황을 알렸다.

이 매체는 21일 진행된 2차 실무진 협의가 결렬된 상황을 전하며 양측의 이견과 관련해 단순히 성경을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하는 문제가 원인이 된 게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 매체는 신천지 천안교회는 “성경에 입각한 신약 핵심주제를 발표하고 그에 대해 서로 질문하는 형식이 적합하다”고 제안했으나, 천기총은 성경과 그 외 각종 자료를 활용해 신천지의 교리를 반증하는 형식으로 하자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정확한 팩트확인을 위해 실무협상 당시 녹음된 녹취본을 확보하고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개신교 매체들의 보도에는 천기총의 일방적인 주장만 반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기총과 천안교회는 2차 실무진 협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차이가 난 것은 양 측이 공개토론을 대하는 의도였다. 1차 실무진협의에서 비방과 공격성 말과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에 문제가 생겼다.

신천지는 기독교 내 한 종교로서의 위치에서 천기총과 동일한 선상에서 공개토론을 하려했지만, 신천지를 이단으로 여기고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천기총의 출발선은 전혀 달랐다.

천기총 측 관계자는 “아무리 중요한 주제라 해도 신천지가 이렇게 말했는데 이것이 거짓인가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며 성경 외 다른 자료를 가지고 나와 성경공개토론을 하겠다며 이미 신천지가 ‘거짓’이라고 단정한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또 천기총 측은 “신천지 가르침이 왜 잘못됐는지 천기총에서 한 번 해보자는 거에요”라며 노골적으로 공격 의도를 드러냈다. 결국 신천지가 틀렸다는 것을 여타 자료를 통해 이번 공개토론회에서 주장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 신천지 “성경공개토론이 청문회 돼선 안 돼”

이에 신천지 측은 제동을 걸었다. 한 주제를 가지고 그 주제에 맞는 공개토론을 하자는 거지 그걸 가지고 상대방을 폄하하고자 하는 부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신천지 측은 “저희가 볼때는 저희 흠을 잡기 위한 부분으로밖에 안 보인다. 공개토론이 아니라 우리를 흠집내기 위해 자리를 만들어서 흠집내기 위한 자리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신천지 측 관계자는 기독교에서도 서로 다른 교단과 교파에서 각 교리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천지 측에서는 이렇게 잘못됐다고 보는데’ 이게 아니라 성경적인 내용을 가지고 성경 안의 내용만 갖고 하자는 것”이라며 공개토론이 청문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그간 신천지가 HWPL 종교연합사무실에서 진행하는 경서비교토론회와 대화의광장을 통해 타 종단이나 교단과 교리비교토론회에 참석해온 경험에서 나온 발언으로 분석된다.

본지도 여러번 현장을 취재를 한 적 있는 종교연합사무실 토론회는 경서를 중심으로 서로의 교리를 발표하고 평가는 청중에게 맡기자는 룰을 적용한다. 타 종교나 교단을 비방하거자 공격하지 않도록 하자는 일종의 제동장치다. 이 때문에 얼굴 붉히는 논쟁이 벌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교리를 들어볼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만들어져 패널이나 청중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신천지는 천기총에 이같은 룰을 적용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2차 실무협의회에서는 성경을 안 보고 토론을 하자는 내용에 대해 천기총 측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신천지 측이 “성경을 덮고 하자는 게 아니라 마음에 새긴 것을 가지고 깨달은 것을 갖고 나누자는 것이다. 성경을 놓고 성경 기준으로 증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성경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발췌를 해서 피피티로 띄우면 된다”고 의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개신교 매체들의 보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신천지의 입장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천기총 측은 “성경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성경 암송도 못하나 보구나 이런 부분을 우리 측이 감내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2차 실무협상 결렬 내용과 관련해 천기총 관계자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천기총 관계자는 이를 거절했다. 다만 더 협상을 진행해보자고 천기총에 접촉을 시도한 천안교회 측에 거절의 뜻을 담은 메시지로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에서 천기총은 “언론에서의 다룬 내용은 천기총과 무관하다”며 “협의 장소에 참여해 확인한 사실을 언론인들의 입장에서 올렸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천기총은 이번 실무협의를 통해 천안교회에 느꼈던 입장을 전하며 “신천지천안교회하고는 더 이상 관계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의도 없음을 분명히 한다. 신천지천안교회는 논의를 할 만큼 신의를 보여주지 못했다. 공개토론 관련해서는 연락을 말아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협상 결렬에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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