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엔 전국교수들을 대표한 212명의 교수들이 올 한 해를 사자성어를 들어 비유 정리했다. 즉,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가 뽑혔다.

직역하면 머리는 감췄으나 꼬리는 드러난 모습을 말한 것으로, ‘속으로 감추는 게 많아 겉으로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양심 있는 교수의 신분으로 나름 고민하고 선택한 성어라 생각된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뭔가 어설프며 자연스럽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했던 한 해가 아니었는가 하는 자성의 계기를 삼으라는 책망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하겠다. 수천 년 동안 비밀 속에 묻혀 있던 인류의 역사까지 드러나고 밝혀지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생각할 때, 장두노미와 같은 우리의 모습은 시대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 한민족의 역사 또한 그동안 비밀이 되어 수천 년을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 때가 되었는지 역사의 충격적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물론 밝혀지는 한민족의 진실은 주변국을 포함한 방해세력에 의해 진통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부로는 공정(工程)과 문화재 환수과정의 많은 난제이며, 내부로는 진서와 위서의 논란과 사대주의에 젖어 있는 사상이다.

역사뿐만이 아니다. IT 등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각종 미디어의 발전과 발명은 문명과 문화의 진보를 가져와 감출 수 없는 투명한 미래를 예측케 하고 있다.

최근 내부 고발자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의해 속속 밝혀지는 각국 내지 주요 인물들에 대한 비밀 공개는 이러한 미래를 충분히 가능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의 의식과 정신이 진행되어지는 시대적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결국 지혜 없는 민족으로 뒤로 물러나고 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장두노미의 책망은 정치 사회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정신을 지배하고 선도해 나가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는 종교계를 향한 질책임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숨은 것이 장차 드러나지 아니할 것이 없고, 감추인 것이 장차 알려지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라고 성서에 기록된 이 말은 ‘장두노미’의 경책을 연상케 한다.

천년고찰 해인사에 소장된 팔만대장경에 대해서도 불경의 비밀이 밝혀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성서에도 창세부터 감추인 비밀이 때가 되면 밝혀질 것이라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종교 또한 절대자의 존귀한 뜻과 계획이 그동안 감추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 비밀 속에서 나름의 답을 얻고자 세월과 함께 수많은 사람의 정진이 있었겠고, 그것은 결국 각기 다른 종파를 낳게 되고, 그 종파는 또 다른 계파를 낳으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 비밀이 풀어지고 밝혀지고 드러나는 날엔 흩어졌던 종교는 절대자의 원래의 뜻대로 하나가 되어야 함을 깨닫는 게 우리에게 요구되는 지혜인 것이다.

한 해가 가고 있다. 위선과 거짓과 권력은 가는 해와 함께 보내야 한다. 이제 새 시대가 새 것과 함께 이미 우리 앞에 도래했다. 참과 거짓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시대임을 한 해를 마감하며 장두노미는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진실과 진리와 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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