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복지부-문체부, 이견에 갈등 조짐

국무조정실 “민관협의체 구성·운영”

게임산업계 “이의 제기 지속할 것”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국무조정실 주도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게임업계와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WHO의 권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나와 협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보건당국인 보건복지부(복지부)가 WHO의 권고에 대한 이견을 보인 가운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복지부·문체부) 차관회의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회의 참석자들은 게임이용 장애(게임중독)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와 관련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게임업계, 의료계, 관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WHO 권고가 2022년 1월 발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표준질병분류(KCD) 개정은 2025년에 가능하며, 시행은 그보다 늦은 시점인 2026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대해선 이낙연 국무총리도 같은 의견임을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열린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국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면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게임이용 장애(게임중독) 질병코드룰 국내에 도입하면 체계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게임이용 장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하면서도 게임 이용자에 대한 부정적 낙인과 국내외 규제로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문체부와 복지부에서 이견을 밝힌 것에 대해선 “관계부처들은 향후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조정실은 복지부, 문체부 등 관계부처와 게임업계, 보건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바란다”면서 “그 기간 동안에도 관계부처는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까지 나서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자 하지만 게임업계와 관련 학회에서는 여전히 WHO 권고 도입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같은 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강 본부장은 “2000명을 대상으로 게임이용자 패널연구를 한 결과, 5년 동안 ‘과몰입군’을 유지했던 청소년은 1.4%에 불과했다”면서 “게임 과몰입에 빠졌다가도 금방 되돌아오고 왔다 갔다 하는데, 이를 질병으로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몰입은 게임 자체의 문제보다 이용자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라며 “콘텐츠진흥원에서는 WHO에 게임 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게임 과몰입 예방 활동과 상담 치료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게임업체들이 모인 한국게임산업협회도 WHO 권고 도입에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의결된 사항이더라도 WHO FIC(보건의료분야 표준화 협력센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수정이 가능하다”면서 “WHO에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국내에 반영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전 세계 9개 게임산업단체가 WHO에 ‘게임이용장애 분류를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전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