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5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5

野 “매우 이례적” 진상규명 요구

국회 정보위 소집 필요성 대두

與, 확대해석 경계하며 파장 주시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로 꼽히는 민주연구원장인 양정철 원장이 서훈 국정원장과 회동한 데 대해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싱크탱크와 정보당국 수장 간 만남을 두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 원장은 서 원장과의 만남을 두고 ‘사적인 만남’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 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 함께한 만찬이었다”며 “서 원장께 모처럼 문자로 귀국인사를 드렸고, 서 원장께서 원래 잡혀 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당사에서부터 전철 한 시간, 식당 잠복 서너 시간을 몰래 따라 다니며 뭘 알고자 한 것이냐”며 “기자 정신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앞서 ‘더팩트’는 양 원장과 서 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한정식집에서 “4시간가량 단독으로 회동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철저한 경호 속에 비밀 회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하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복수의 전직 국정원 직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야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정조준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법에 정해져 있는 업무 이외의 외부개입도 금지돼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만약 이것이 총선과 관련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희경 대변인도 “이번 만남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만남 그 자체가 심각성이 있는 것이며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은 국회 정보위원회(정보위) 소집 필요성을 거론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번 비밀 회동은 정치개입 의혹을 살 소지가 충분하다”며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정보위를 즉각 요청해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도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 즉각 출석해 대화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무언가 불법적인 게 있는지를 더 밝혀내야 되는 거지, 밥 먹은 걸 갖고 ‘정치개입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말을 아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자리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입장을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최측근과 정보당국 수장의 만남 자체로도 부적절한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 정상화를 놓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자칫 향후 정국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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