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택 울산지검장. (출처: 연합뉴스)
송인택 울산지검장. (출처: 연합뉴스)

“멀쩡한 검사제도에 엉뚱한 처방”

‘경찰 권한 확대’에 개악 우려

검찰 보고체계 등 문제제기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현직 검사장인 송인택(56) 울산지검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 때 해경을 해체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까지 말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 지검장은 전날 국회의원에게 보낸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송 지검장은 “검찰 개혁 요구는 권력 눈치 보기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됐다”며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안다.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렇다면 이런 시비가 어디에서 생겼는지 검찰의 진지한 반성 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수사구조와 검찰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공안과 특수분야 검찰 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는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송 지검장은 검찰과 경찰 모두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통제 안에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경찰이 1차 종결권을 갖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경찰이 제약 없이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 등을 마음껏 뒤지고, 뭔가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언제든 덮어버려도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겐 마음껏 수사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겐 새로운 시장이 개척돼 돈 벌 기회가 늘어 좋다고 반기는 내용 뿐”이라며 “정치논리를 떠나 진지하게 검토됐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송 지검장은 “검찰이 가장 욕을 먹고 개혁의 도마에 오르게 한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겠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현 수사팀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주요 사건 수사 개시·진행·종결은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지 않고, 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 결재를 거쳐 검찰총장 등 대검 사전지휘를 받는다. 대검은 법무부에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권력은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 불이익 주는 것을 당연시한다. 내 편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도록 놔두었던 적이 있었는지 정치권력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총장 임면절차 개선 ▲검찰총장 지휘권 제한 ▲수사 보고 시스템 개선 ▲상설특검 회부 제도화 ▲검사 문책 제도화 ▲검사 파견 제도 개선 ▲공안·특수 출신 검사장 제한 ▲정치적 사건 경찰 수사 주도 ▲대통령 검사 인사권 폐지 등을 검찰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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