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 낙태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21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유진의 연방법원 계단에서 시위대가 낙태 제한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미 전역에서 낙태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21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유진의 연방법원 계단에서 시위대가 낙태 제한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최근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에서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미국 사회가 찬반양론으로 크게 들끓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앨라배마주 상원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간) 통과된 낙태금지법안은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성폭행을 당해 임신하게 된 경우, 근친상간으로 아이를 갖게 된 경우에도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다. 또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고 99년형에 처하도록 법안을 통과했다.

최근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는 “어떤 여성도 낙태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필요할 때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며 2년 전 임신 4개월 상태로 영화 촬영 중 조기진통으로 중절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공화당 우세 지역인 조지아주에서도 지난 13일(현지시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약 6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6주 이전에는 임신 여부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기타 국가보다도 성폭행·근친상간 등에 의한 임신도 낙태하지 말아야 한다는 초강력 낙태 금지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미국 현지인들마저 왜 갑자기 특수한 경우까지 포함된 낙태금지법이 미국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지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로 나뉜 미국 정치계마저 낙태금지법을 이슈로 들고 나오며, 서로 맞불을 놓는 상황이다.

진보 쪽에서는 민주당의 대표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최근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는 근본적인 헌법적 권리다. 우리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민주당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은 “이건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에 대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그가 전쟁을 원한다면 전쟁할 것이고, 결국 그는 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달리,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낙태금지에 찬성한다면서도 “성폭행,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단체들이 초강력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킨 앨라배마주에서 법률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미 전역에서 낙태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미시시피주 연방 지방법원의 칼튼 리브스 판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심장박동법’으로 불리는 임신 6주 이후 낙태금지법에 대해 “여성의 권리에 즉각적인 피해를 가져올 위협이 된다”고 판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칼튼 리브스 판사가 임신 6주 이후 낙태금지법과 관련해 여성의 권리에 즉각적인 피해를 가져올 위협이 된다며, 낙태금지법의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리브스 판사는 이번 소송이 진행될 동안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의 효력을 중단토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초 해당 법률은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 소송은 미시시피주 산부인과 의료시설인 잭슨여성건강센터가 미시시피 주정부 보건당국을 상대로 낸 것이다.

미국언론들은 앨라배마주 외에 태아 심장박동법이 마련된 조지아·미시시피·아이오와주와 임신 8주 이후 낙태를 전면 금지한 미주리주에서도 비슷한 소송들이 잇따라 제기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초강력 낙태금지 앨라배마주 법안을 통과시킨 25명의 의원 모두 공화당의 백인으로 나타나면서 2030 미국 여성들을 중심으로 공화당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기회를 잡은 민주당 예비 대선후보들은 낙태금지법안과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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