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한국 신문사상 처음으로 아직 학계에 보고 안 된 이색 고구려 와당 자료를 특별 소개한다. 이 와당들은 중국 지안 일대에서 출토돼 한국에서 수장하고 있는 것으로서 고대 고구려 설화를 뒷받침하고 대륙을 지배했던 웅지의 고구려인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글은 40년간 고대기와를 연구한 이재준 전 충북도문화재위원이 맡았다.
‘와당’이란 건축물의 옥개면을 장식한 건축자재이다. 마구리 기와라고 한다. 와당은 수막새와 암막새로 나누며 그 외면에 인면, 용면 그리고 아름다운 연꽃 등 장식을 넣었다. 지금 소개하는 와당들은 불교 도입 이전 1~2세기 때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용처는 궁궐이나 관청 등으로 추정된다. (편집자주)

이재준 와당연구가,역사연구가, 칼럼니스트
이재준 와당연구가,
역사연구가, 칼럼니스트

고구려 시조 주몽의 어머니 유화는 당초 백두산 가까이 살았던 한 부족의 촌장이었다. 그녀가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관계해 낳은 것이 바로 주몽이다. 유화는 임신한 몸으로 새 정복자인 부여 금와왕에게 포로가 된다.

금와왕의 비호로 어린 시절을 보낸 주몽은 매우 영리했다. 그는 활을 잘 쏘았는데 당시 부여에서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주몽이 성장하자 금와왕의 아들들은 견제하기 시작했다. 유화는 치밀하게 주몽탈출 계획을 세운다. 준마를 선택해 먹이를 주지 않고 마르게 한 다음 아들의 부여 탈출을 돕는다.

주몽은 유화의 측근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탈출했다. 이를 뒤늦게 안 금와왕의 아들들은 뒤를 쫓기 시작했다. 주몽이 엄사수(淹㴲水)라는 강에 이르렀을 때 물이 깊어 건널 수 없었다. 이때 주몽은 강물에다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어문(魚紋) 와당 앞면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5.24
어문(魚紋) 와당 앞면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5.24

“나는 천제(天帝)와 하백(河伯)의 손자다. 물고기들이여, 나를 도와다오!”

이때 강 물속에 있던 물고기 떼와 자라 떼가 다리를 놓아줬다. 주몽일행은 무사히 강을 건넜다. 고구려 설화에서 물고기는 이렇게 주몽을 도운 천우(天佑)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왕도 지안 부근에서 수습된 와당에는 물고기 문양이 유독 많다. 물고기 문양은 생동감이 있고 흡사 하늘을 나는 모양이다. 혹 산해경에 나오는 하늘을 난다는 문요어(文鰩魚.飛魚)는 아닌가.

산해경에는 “관수가 서쪽으로 흘러 유사로 들어가는데 그 곳에 문요어가 많다. 모양이 잉어와 같은데 몸은 물고기면서 새의 날개가 있다. 푸른 무늬가 있고 머리가 희며 무리가 붉다. 밤에 나르는데 그 소리가 난계와 같다. 그 맛이 달고 먹으면 광증이 그친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구려 와당에 등장하는 물고기 문양은 이 표현과 너무 흡사하다.

물고기는 다산과 부귀, 풍요를 상징한다.

이 고구려 물고기 문양 와당은 주연은 무늬가 없는 소문대(素文帶)이다. 중심에 큰 물고기를 배치했는데 모양은 잉어와 같다. 눈은 크며 긴 수염이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는 활기차게 표현했다. 배면에는 굵은 비늘이 표현돼 있다. 모래가 많이 섞인 경질이며 적색이다. 
 

어문(魚紋) 와당 뒷면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5.24
어문(魚紋) 와당 뒷면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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