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세계 최초로 수소사회(Hydrogen Society)를 실현시키겠다(2017년 4월, 아베 일본 총리).”

그 때만 해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용 공약 발표쯤으로 이해했다. 일본 정치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 필자의 인식과 아베 총리에 대한 편견이 컸던 탓이기도 하다. 그 후 불과 2년 만에 일본은 수소경제 최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2050년까지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도전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수소 경제의 전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부럽고도 무섭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무역전쟁 공세가 연일 계속 되고 있지만 중국도 맞대응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중국의 힘’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지금 여기까지 온 셈이다. 이제는 미국을 향한 ‘강펀치’가 될 수 있는 희토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따라서 ‘지는 태양’과 ‘떠오르는 태양’간의 패권을 건 총력전에 전 세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에 있는 우리의 처지가 참으로 걱정될 따름이다.

날만 새면 좌파 우파 싸움질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이끌고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 전 세계 ‘수소사회’를 이끌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 이처럼 이웃 중국과 일본은 무섭도록 국가의 미래를 향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의 정치’, ‘일본의 정치’가 있다. 국가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손을 잡을 수 있는 그 ‘정치의 무서운 힘’이 중국과 일본에는 살아 있는 셈이다. 중국을 향해 ‘공산당 독재 국가’라고 아무리 비판해도 중국 정치를 과소평가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일본을 향해 ‘군국주의적 극우정권’이라고 아무리 비판해도 일본 정치를 과소평가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는 어떤가. 정말 날만 새면 좌파와 우파, 내편과 네편으로 나뉘어져 온 나라가 골병이 들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서도 좌파와 우파, 국정개혁안을 놓고서도 좌파와 우파, 광주민주화운동을 놓고서도 좌파와 우파, 심지어 길거리 정치에서도 좌파와 우파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세계는 지금 21세기 차세대 패권경쟁을 놓고 ‘만국에 의한 만국의 투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냉전체제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으니 한국정치를 도대체 어떻게 곱게 볼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국민 탓이다. 그러나 그런 국민들에게 새로운 번영과 평화의 길을 제시하고 국민통합을 이끌어 내야 할 정치판이 오히려 그들의 이익을 위해 좌파 우파, 내편과 네편 싸움으로 국민을 이간질하고 편가르기 한다면 이것은 ‘도적떼’의 본성이요, ‘양아치류’의 행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판을 휘감고 있는 저 적개심 불타는 눈빛은 결국 그들만의 이익을 지켜내려는 ‘공동의 프레임’이라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다를 듯해 보이지만 그 프레임으로 본다면 결국은 ‘한통속’에 다름 아니다. 적대적 공생관계, 이 얼마나 압축적인 표현인가.

“안보가 파탄나고 경제가 폭망해 국민들이 도탄에 빠져도 오로지 내년에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데 목숨을 건 그들입니다...곧 더위가 닥칠 텐데 ‘좌우 프레임 정치’에 빠진 한국정치를 보면 올 여름은 더욱더 더운 여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 보면 필자의 고민과 맥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말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5월 22일 SNS에 올린 글이다. 굳이 이 자리에 홍 전 대표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우리 정치판의 궤변과 거짓 등 ‘아무말 대잔치’가 아무런 부끄럼이나 성찰 없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기회 있을 때마다 좌파와 우파 프레임을 만들며 국민과 여론을 갈라치기 했던 핵심 인물이 홍 전 대표가 아니던가. 과거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폄훼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까지 ‘좌파 프레임’을 씌웠던 장본인 아니란 말인가. 그런데 또 이제 와서는 좌우 프레임 정치를 비판하고 있으니, 아무리 벼랑 끝에 선 정치인의 입이라지만 참으로 역겹다.

내편 네편 싸움의 당내 축소판은 바른미래당이 아닌가 싶다. 말로는 ‘한국판 제3의 길’이니 ‘제3지대 정치’니 하면서 뭔가 시대적 소명의식을 밝히고는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 추한 코미디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의 말대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 위해 목숨을 건 듯 온갖 꼼수와 음모 심지어 배신과 패륜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싸움에 일부 당직자들, 원외 위원장들까지 줄서서 싸우는 행태를 보노라면 정말 ‘가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저급한 편가르기 정치의 ‘막장’이 무너졌다.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를 향해 “내면의 민주주의가 가장 어렵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며 손 대표 면전에서 인신공격까지 했다. 패거리 정치, 편가르기 정치의 끝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광기’에 다름 아니다. 온전한 이성으로는 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 대표를 향한 막말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땅의 어르신들에 대한 ‘정신적 살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하태경 최고위원을 옆에 두고 내년 총선에서 ‘제3의 길’이니 ‘혁신’이니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바른미래당이 공당이라면 중징계로 답해야 한다. 하 최고위원도 바른미래당을 정말 아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스스로 당을 떠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최고위원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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