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인권칼럼]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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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

 

우리나라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제27조에 제5항을 신설하여 형사피해자가 재판에서 진술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의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보면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이라고 하는 이 권리는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가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 출석해 자신이 입은 피해의 내용과 사건에 관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형사소추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기소독점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에 도입된 것이다. 이 조항의 의미는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게 되면 재판에서 피해자가 진술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게 되면 검사는 기소권을 행사해 재판에 넘겨야만 하기 때문에 형사사법의 절차적 적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그동안 단순히 심리의 대상에 그쳤던 형사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도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이 하나의 기본권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피해자 등에 의한 사인소추를 전면 배제하고 형사소추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기소독점주의의 형사소송체계 아래에서 형사피해자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형사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증언하는 이외에 형사사건에 관한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절차적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하였다. 즉 헌법상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재판청구권에서 재판의 당사자가 재판에 참여해 의견진술의 기회를 요구할 수 있는 청문청구권과 함께 공정한 재판을 위한 중요한 기본권이 된다.

헌법상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에서 형사피해자는 단순히 형사실체법상의 보호법익을 기준으로 한 피해자에만 한정하지 않고 당해 사건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법률상 불이익을 받게 된 자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피해자를 말한다. 헌법재판소도 이와 관련해 헌법의 해당 조항에서 형사피해자의 개념은 헌법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독립된 기본권으로 인정한 취지에 비추어 넓게 해석할 것으로 반드시 형사실체법상의 보호법익을 기준으로 한 피해자 개념에 의존해 결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헌법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규정함으로써, 헌법소송의 측면에서 보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이 재판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기소처분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게 됐다. 그런데 형사재판에서는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형사피해자의 기본권 보호는 형사재판절차에서 입법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헌법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자가 어떤 내용으로 구체화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형성권의 행사에 달려있다. 즉 재판절차진술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상의 자유가 부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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