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각

김일연

등나무에 기대서서
신발 코로 모래 파다가

텅 빈 운동장으로
힘 빠진 공을 차 본다

내 짝궁 왕방울눈 울보가
오늘 전학을 갔다.

 

[시평]

어린 시절, 학교에 입학을 하고, 그래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그 새로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 자라난다. 새로 사귄 친구들, 특히 새로 짝이 된 친구, 그래서 매일 함께 앉아 있고, 또 함께 공부도 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심지어는 공부시간에 장난을 치다가는 함께 선생님께 꾸중 듣고 벌도 함께 서기도 하지만, 내 짝궁만한 친구는 없다.

그 짝궁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래서 오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날이다. 왕방울눈 울보, 내 짝궁이. 짝궁이 없는 빈 옆자리를 보며, 그 왕방울눈 울보가 잘 갔는지, 어쩐지. 왕방울눈 울보와 함께 놀던 떵 빈 학교 운동장 등나무 아래 서서, 공연히 신발 코로 찌적찌적 모래나 파다가, 운동장 한 구석에 버려진 공기가 다 빠져버린 공, 그만 공연히 차버리고 만다.

아무리 힘껏 차도 힘 빠진 공은 조만큼 날아가다가는 그만 맥없이 툭 떨어져 운동장에서 한구석에서 뒹굴고 만다. 이래도 저래도 마음이 편치 않은 내 마음과도 같이 날아가다가는 그만 주저앉고 마는 맥 빠진 공. 오늘 전학을 간 울보의 그 커다란 왕방울눈, 닭똥 같은 눈물을 금방이라도 흘릴 듯한, 울보 왕방울눈이 자꾸 자꾸만 머리에서 맴돌고 떠나지를 않는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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