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가끔 심기가 불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잘 생각해보면 나는 맞는데 상대는 왜 저럴까 생각하면서 불편하다. 내가 틀렸다면 바로 고치면 되는데 상대가 틀렸으니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결국 늘 하던 대로 하는 상대는 하나도 안 불편한데 나만 불편하다.

그럴 때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나 말하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머 중에 할아버지가 설거지하는 할머니한테 ‘오늘 저녁 반찬은 뭐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할머니는 못 듣고 설거지만 한다. 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더 크게 묻는다. 하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답이 없다. 할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더 가까이 가서 더 큰 소리로 물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내가 김치찌개라고 세 번이나 대답했거든요”라고 하더란다. 결국은 할아버지가 못 듣고, 서운하고 화가 난 것이다.

얼마 전에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필자는 가끔 인사동에 나간다. 가끔 마음 다스릴 때 글씨를 쓰는데 그 도구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주 나가는 것이 아니니 나간김에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신다. 그런데 길가에 풀빵을 파는 리어커가 있다. 몇 번을 사먹었는데 무척 맛있다. 길거리 음식치고는 청결상태도 좋은 것 같아서 몇 번씩이나 사먹게 된 것이다. 그런데 친절하기까지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뚝뚝하다. 미소는커녕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흔한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없다. 그래서 우리끼리 그 집은 ‘맛으로 승부하는 집’이라는 닉네임을 붙였다.

며칠 전에도 아주머니가 풀빵을 가득 해 놓고 봉투까지 부풀려 놓은 것을 보아서 얼른 볼일을 보고 갔는데 그 사이 아주머니는 어디 가시고 아저씨가 앉아 계신다. 그래서 풀빵 달라고 하는데 못들으셨나보다. 더 큰 소리로 얘길 해도 조시는지 못들으신다. 더 크게 팔까지 흔들며 풀빵 달라고하자 주변 상가 주인들까지 나왔다. 결국 아저씨가 보셨고 조신건지 무척 민망해하시면서 풀빵을 주셨다.

아무래도 귀가 어두우신가보다 하면서 다음 행선지로 갔다. 그런데 동행하던 지인이 그래서 그렇게 아주머니도 표정이 어두우시고 무뚝뚝하신가보다 하니 동행하던 우리도 그런가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다음에 들른 필방에서 우연히 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필방 주인이 말씀해 주셨다. 그 아저씨뿐 아니라 아주머니도 귀가 안들리시는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런 이유로 우리는 친절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큰 흉을 보거나 나쁜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사건에 부딪치면 자신은 잘 알고 늘 옳다는 견지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이 틀렸고 그것을 어떻게 알려줄까 고민한다. 하지만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된다. 그랬을 때 상대의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잘 이해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많이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자. 그랬을 때 상대방보다 내가 더 많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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