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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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여성 사역 현주소는?

보수교단, 여전한 여목사 금지

“권력 내려놓고 특권의식 깨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청년부는 리더십 있는 남성 목사가 이끌어야 한다. 여성이 감당하기엔 버거울 것이다.”

한 대형교단 소속의 김현정(가명, 여)씨는 전도사 시절까지 더해 영·유아부 사역만 10년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청년부 담당을 하고 싶다고 교회 담임 목사님께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위와 같았다. 여성 교역자는 리더십이 없을 것이란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지만 그나마 맡고 있던 영·유아부 사역도 잘못 될까 그냥 넘어가야만 했다.

한국교회 여성 목사 1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교계에서 ‘여성’의 입장으로 사역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목사 안수는 커녕 여성 사역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고충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교단이 제도적으로 여성 사역자들의 처우를 보장해줘야 한다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교단 중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는 곳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대신, 기감, 기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 진보적 성향 교단들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 최대 교단 중 하나인 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등 보수적 성향의 교단들에선 여전히 여성의 목사 안수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성서에 나오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등의 구절을 인용해 여성 목사 안수는 비성서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다 보니 보수교단에서는 여성은 목사를 할 수 없다는 성차별적 인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2003년 당시 예장합동 총회장 임태득 목사는 총신대학교 수요예배 설교 중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딜 강단에 올라와”라는 등의 발언을 해 ‘여성 비하’라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예장합동 교단 신학교에도 이러한 성차별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예장합동 교단학교인 총신대학교에는 여성들이 입학 하는 건 가능하지만 여성이 신학을 가르칠 순 없다. 여성 졸업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 전도사 사역을 한다. 목사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은 타 교단으로 옮겨야만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총신대를 졸업한 김하나(가명, 여)씨도 학교의 이러한 문화를 극복하기 힘들기에 일찌감치 목사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언젠가 목사가 될 날을 고대하며 학업에 매진했고, 매학기 좋은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한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돌아오는 말은 “목사 될 생각 말고 전도나 다른 사역에 집중하라”는 등의 권면이었다. 동기 남성 사역자들에게는 “너는 좋은 사모가 돼야 한다”는 다소 모욕적인 말도 들었다. 김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보조적인 일만 강요하는 현실”이라며 “사역자로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서글프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성 목사 부재 시 교회 내 성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목사의 성범죄율은 다른 종교 직업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10~2016년 전문 직군별 성범죄검거 인원을 보면 전문직 5261명 중 종교인 곧 목사는 681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채수지 목사는 “대부분 교계에서는 목사라는 직분에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먼저는 남성 목사들이 권력을 내려놓고 교회 내 성차별적인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사직을 남성의 특권처럼 유지하려는 욕심도 큰 문제”라며 “하지만 성경에 살펴보면 목사는 특권직으로서 영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봉사직이다. 그러면 당연히 여성도 그 직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언으로 “젊은층들이 권위구조에 도전을 해야 한다”며 “어떻게 해야지 평등한 교회를 만들 수 있을까. 건강한 목회란 무엇일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토론 등으로 가부장적인 목회 구조를 깨야겠다는 의식을 스스로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도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는 것도 필요하고 교회 내 여성 목사의 비율을 높이는 등의 개혁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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