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몰입하는 아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게임업계 “근거 없는 주장”

의학계, 개정안 ‘지지·찬성’

방송 토론에서도 의견 갈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총회가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에 등재하는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게임업계와 의학계에서의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23일 게임업계, 의학계 등에 따르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을 때 예상되는 우려와 기대효과가 상충하며 대립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WHO는 오는 27일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에 등재하는 ICD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ICD는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WHO 가입국이 국가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기준 근거로 삼고 있는 규정이다.

규정 자체는 ‘권고’에 해당하기에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으나 한국은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ICD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은 2022년부터 WHO의 권고사항에 따라 새 질병코드 정책을 시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게임업계에서 나왔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잠재적 중독환자로 분류될 수 있고, 게임 산업은 크게 위축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비과학적인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며, ICD-11 개정안의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게임 이용자들 중에는 더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다른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라며 “이 때문에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게임 장애’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WHO의 최근 움직임이 게임 장애와 관련된 과학적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게임 장애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실험을 통한 데이터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억명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며 “자의적 판단에 따라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장애’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학계는 “게임 중독으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들에 대한 관리·보호 차원에서라도 게임 중독의 질병 규정은 필요하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 중독자가 일으킨 범죄를 우려하며 의학계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정신의학계, 아이건강국민연대가 지지하는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에는 인터넷게임을 알코올·마약·사행산업(도박)과 함께 중독 물질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한국보건사회학회,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등이 참여하는 ‘중독예방을 위한 범국민네트워크’는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게임을 대신할 컨텐츠 발굴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게임이 다양한 문화와 놀이 컨텐츠 중의 하나임을 설명하면서도 “(게임을 대신할) 여러 가지 대안의 문화컨텐츠와 시설의 발굴·투자를 통해 아이들이 멀리보고 많이 걸을 수 있는 문화·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독관리법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게임 중독이 질병인가 편견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한 토론형 방송프로그램에서는 게임을 중독으로 봐야하는지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아이들은 게임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구로 게임을 연구한다. 이를 중독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와 다른 입장을 가진 한 패널은 “게임중독은 병이며 마약처럼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