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건네고 성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중천(58)씨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건네고 성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중천(58)씨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2

구속영장 한 차례 기각 후

강간치상·무고 혐의 추가

法 “혐의 소명되고 사안 중대”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의 핵심 인물 건설업자 윤중천(58)씨가 구속됐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에 대한 성범죄 혐의 수사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끝에 오후 10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 처음 불거진 2013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구속됐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윤씨는 절차에 따라 곧바로 수감됐다. 이에 앞서 수감된 김 전 차관과 나란히 동부구치소에서 구속기간을 보내게 됐다.

2013·2014년 두 차례 특수강간 혐의로 윤씨는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씨는 이미 한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공갈 등 혐의로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당시 법원은 기각했다.

수사단은 한 달 정도 보강수사를 거쳐 윤씨를 상대로 영장을 재청구했다. 강간치상과 무고혐의가 새롭게 영장에 담겼다.

윤씨는 그와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온 여성 이모씨를 폭행·협박해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든 후 2006년 10월~2008년 2월까지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고, 김 전 차관 등 사회 유력인사들과의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구속영장 청구서엔 성접대를 지시한 유명 피부과 원장과 이씨가 사적으로 만나는 것을 의심한 윤씨가 흉기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성폭행한 내용, 원주 별장에서 이씨가 유명 화가를 상대로 한 성접대를 거부하자 여러 차례 머리를 욕실 타일에 부딪히게 하고 성폭행했다는 내용 등이 들어갔다. 2007년 11월 13일엔 김 전 차관과 함께 이씨를 성폭행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씨는 구속심사에서 “폭행·협박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이 윤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건 이러한 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성폭행과 무고 등 새로 추가된 혐의를 무겁게 여겼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접대를 포함해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접대를 포함해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윤씨가 성범죄 혐의로 구속되면서 윤씨와 함께 성폭행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가장 큰 장애물이던 공소시효 문제는 강간치상 혐의가 적용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간치상죄의 ‘상해’에는 우울증·불면증·대인관계 회피 등 정신과 증상도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249조에 따라 강간치상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인데, 이 상해의 발병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를 적용하기에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흉기 등을 이용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벌인 특수강간은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2007년 12월 21일 이후 일어난 범죄만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되고, 그 전에 일어난 범죄는 공소시효 10년이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하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해 온 여성 이씨는 2008년 3월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2013년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는 기록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윤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한 것은 공소시효 문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도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아직 김 전 차관이 폭행이나 협박을 해서 관계를 맺었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기에 당장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다. 수사단은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구속 일주일째에도 진술을 계속 거부하고 있어 혐의를 포착하는 데 쉽진 않을 전망이다.

윤씨 구속영장에 반영된 다른 유력인사에 대해서도 수사의 칼끝이 미칠 가능성도 있다. 영장엔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이씨 등 여성과 관계를 맺은 의사와 사업가 등이 등장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