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3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전국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갖고 지역위원장 지원서를 받았다. 전광훈 대표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
한기총이 3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전국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갖고 지역위원장 지원서를 받았다. 전광훈 대표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

전광훈 “MBC, 저와 황교안 대표 죽이라고 누구 지시 받았나”

한기총 언론위원장 “한기총, 기독당‧일개단체 기관으로 전락”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표회장으로 전광훈 목사를 선출한 이후 달라진 조직 운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교회 내 보수세력을 결집하고 한기총의 입지를 다시 구축하기 위해 내놓았던 ‘정치세력화’라는 전략이 외부적으로는 지탄을, 내부적으로는 분열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MBC 탐사기획 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비판 보도를 내보냈고, 그 파장이 크다.

기독자유당과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기총을 옹호하며 MBC를 겨냥해 비판 논평을 냈고, 한기총도 MBC를 ‘공산주의 반기독교 언론’이라고 규정하며 규탄성명을 냈다. 급기야 논란의 당사자인 전 목사는 22일 MBC 라디오 표준FM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도와 관련해 해명에 나섰다.

전광훈 목사는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된 내용 중 황교안 대표가 전 목사에게 장관을 하라고 했다는 발언이 방송을 탄 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전 목사는 “황교안 대표가 ‘내게 장관하라고 그랬다’는 말로 MBC가 들이댄다”며 “그 기자님들이 그렇게 딱 찍어서 이렇게 아니, 저와 황교안 장로님 죽이라고 누구 지시를 받았나? MBC에서?”라고 배후설을 제기했다.

◆ 전광훈 “교회 내 정치 발언 제재 받을 이유 없다”

또 자신의 설교에서 ‘김문수 지사가 (종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임종석을 꺾어버렸으면 좋겠다. 임종석 전 실장은 빨갱이 같은 놈’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임종석 그분은 정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분이 주체사상을 신봉해온 것을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주체사상을 신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전향한 적이 있느냐”며 “이번에 실장 그만 두시기 전 국회에서도 그렇게 국회의원들이 ‘주체사상 그만둔다고 말씀 좀 하라’는데도 안 하잖아요”라고 강조했다.

전 목사의 발언들과 관련해 현재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공직선거법상 85조 3항은 종교적 조직 내에서 직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전 목사는 “그럼 지금 방송하시면서, 선거에 대해 말씀 안 하시느냐. 저는 MBC가 하는 것보다 훨씬, 100분의 1도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교회 내에서 정치인 데 대해 발언한 내용과 관련해서도 “제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우리 교회 예배는 좀 특별하다. 설교 마친 뒤 제가 항상 시사토크를 한다”며 “시사토크 시간에 자유롭게 선거뿐 아니라 우리 교회를 방문하는 손님들을 불러서, 전문 분야에 대해 저와 토크를 한다”고 해명했다.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는 교회가 정치하지 말라는 것이 아닌데, 일제시대 한국교회가 독립운동을 하니까 일본인들이 독립운동을 못하게 하기 위해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된다’ 하고 만든 것”이라며 “전 세계 76개 나라가 기독당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도 전 목사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전 목사는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못하면 국가가 해체될지 모른다는 발언을 해온 데 대해 “헌법을 지키려면 200석이 필요하다”며 “지금 반대편 사람들은 어떻게든 헌법을 바꾸고 그 중에서도 ‘자유’를 빼려 하기 때문에, 나라를 지키려면 국회의석 2/3인 200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한기총 지역연합 결성대회’에서 정치자금으로 129억원을 사용했다고 자신이 발언했던 데 대해서는 “애국운동에 주로 사용했다. 우파 단체 지원이 아니라, 제가 20년간 직접 강연회나 포럼 등을 해왔다. 그 총 경비가 130억 가까이”라며 “이는 제가 교회 정관에 성도들이 선교비로 건축헌금이든 뭐든 선교비로 주는 것에 대해, 제게 일임하여 쓰도록 정관에 돼 있다”고 해명했다.

◆ 또 내분 일어나는 한기총… 전광훈 목사 사퇴 촉구 목소리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외부 비판만 거센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도 전 목사에 반기를 든 회원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전광훈 목사가 참석하지 않은 제30-9차 긴급임원회에서는 한기총 언론위원장 김인기 목사가 전 목사를 규탄했다.

김 목사는 “한기총은 개교회가 아니라 연합단체임에도 각 교단의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교회의 사명을 따라 연합사역을 해야 하는데 어떤 개인 단체의 산하기관 밖에 안 되는 인식이 돼 있다”며 “전광훈 대표회장은 한기총의 설립 목적을 무시하고 정관에 의한 규정과 절차를 위반하면서 살벌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한기총을 자신의 정치 목적을 위한 기독당의 하급기관으로 만들고 일개단체의 산하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맹 비판했다.

또 김 목사는 “전 대표회장이 상임위원장 40명 중 10명 이상을 청교도영성훈련원과 관련된 사람으로 세웠다”며 “이는 당연직 총회대의원으로 나중을 위한 사전 표작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 김 목사는 “전 대표회장은 스스로 내년 선거를 위해 130표를 확보했으니 연임은 물론 앞으로 10년은 한기총을 좌지우지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며 “한기총을 장기집권하겠다는 전광훈 대표회장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현재까지 8차에 걸쳐 진행된 임원회 중 임원을 처음 임명하면서 개최한 제30-1차 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임원회 중 단 1차례만 정상적으로 임원회가 열렸고, 나머지는 전부 긴급임원회라며 “부의된 안건 외 대표회장이 하고 싶은대로 처리했던 불법이 난무한 긴급임원회였다”고 성토했다.

김 목사는 “한기총이 개인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지나친 정치적 행보로 인해 한기총 30년 역사상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에 해산 청원을 하는 빌미를 줬다”며 전광훈 목사의 대표회장직 사퇴를 주장했다.

앞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북노회 사회선교센터 ㈔평화나무는 지난 3일 한기총의 설립허가를 취소해달라며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온라인 서명서와 함께 청원을 넣었다. 평화나무는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노골적인 정치개입과 특정정당 지지활동은 물론 헌법을 부정하는 발언과 허위사실 유포를 공공연하게 지속하고 있다”며 민법 38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설립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현재 청원은 법률적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선거구 지역 253곳에 지역연합회를 세우고 기독자유당을 내세워 정치세력화를 꾀하며 내부 분열 사태까지 맞고 있는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대표회장이 국민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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