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쌀쌀한 날씨를 보인 지난 3월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19.3.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쌀쌀한 날씨를 보인 지난 3월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19.3.31

‘군주가 꿈꾸는 세상’ 공동기획展
백성 기뻐하면 하늘 뜻 얻어
기상업무 담당 ‘관상감’ 성치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에,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기에, 흘러서 내가 되어 바다에 이르는 도다.’

‘용비어천가’ 제2장의 내용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그의 창업을 찬양한 용비어천가에는 천명(天命)에 의한 건국 의미가 담겨 있다. 천명을 받은 국왕은 나라의 안정적인 통치와 백성의 이로운 삶을 위해 하늘을 신성시하고 치리했다. 국왕은 어떠한 노력을 통해 성군(聖君)을 꿈꾸었을까.

해시계인 ‘앙부일구’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19.5.23
해시계인 ‘앙부일구’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19.5.23

◆하늘 이치 지도에 담다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수정캠퍼스(성북구 돈암동) 전시실에서 열리는 K-museums 공동기획전 ‘군주가 꿈꾸는 세상’에 따르면, 민심을 얻기 위해 국왕이 빠뜨리지 않았던 대표적인 것이 ‘천문’이었다. 천문은 지구를 포함해서 이 우주의 모든 사물과 현상을 말한다.

유교에서의 천명은 본질적으로 민본주의에서 비롯됐다. 성현(맹자, 孟子)의 말씀인 “왕도는 민심을 얻는 것에서 시작된다”와 “백성을 기쁘게 하면 하늘의 뜻을 얻을 수 있다”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천명사상은 민심과 유리된 권력으로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하늘의 이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조선의 군주는 기상업무를 담당하는 ‘관상감’을 설치했다. 관측기기도 개발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그려 석각하는 등 천문학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란 하늘의 모습 ‘천상’을 ‘차’와 ‘분야’에 따라 벌려놓은 ‘그림’이라는 뜻이다. 즉 하늘을 그린 지도다. 여기서 ‘차’란 목성의 운행을 기준으로 설정한 적도대의 열두 구역을 말한다. ‘분야’란 하늘의 별자리 구역을 열둘로 나눠 지상의 해당지역과 대응 시킨 것을 뜻한다. 세종 때는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만들어졌다.

전세보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19.5.23
전세보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19.5.23

◆땅의 이로움, 선으로 표현

땅의 이로움을 알리기 위한 지도도 제작됐다. 대표적으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가 있다. 대동여지도는 조선 후기의 지리학자 김정호(金正浩)가 제작했으며, 22첩으로 구성된 절첩식 지도다. ‘대동여지도’의 표현 양식상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산지의 표현이다. 개별 산봉우리를 그리지 않고, 끊어짐이 없이 산줄기를 연결시켜 그렸다.

이는 우리나라 지도제작의 특징으로서 전통적인 자연인식 체계이기도 하며, 풍수적 사고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지도는 당대까지 이어져온 지도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표현방식을 가미해 제작됐는데 실용성뿐 아니라 판화적인 예술미까지 갖췄다.

조선의 군주는 개국과 함께 새 왕조의 세계관과 포부를 보여주는 세계지도를 제작해 외교에 사용했다. 효율적인 통치와 행정을 위해 지리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팔도지도 제작에 반영하는 등 군주가 꿈꾸던 태평성대와 백성의 편안한 삶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전시에는 성신여대 소장의 ‘전세보’를 한눈에 감상 할 수 있도록 3m에 달하는 책자를 펼쳤다. 세상에 전하는 보물이라는 제목의 이 고문서에는 천문도와 지도, 유교의 핵심사상과 ‘군진도(軍陣圖)’에 이르기까지 천·지·인의 상호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유학의 관점에서 정리했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과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의 ‘군주가 꿈꾸는 세상’ 공동기획전은 22일부터 8월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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